올 여름 ‘단체휴가’를 떠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들이 늘고 있다.

4일 과학계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는 산하 출연연에 기관별로 구성원 전체가 같은 기간에 휴가를 가는 집단 휴가제 시행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해 일부 출연연에서 집단 휴가제를 시범 실시한 결과 냉방비 절감 등 에너지 절약 효과가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집단 휴가제 시행 권고가 휴가철이 임박한 시점에서 내려와 업무와 휴가 일정의 혼선으로 적지 않은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를 감안한 각 부처는 올해 집단 휴가와 관련된 내용을 지난 5월 일찌감치 내려보낸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한국화학연구원,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상당수 출연연들이 이달 마지막 주를 집단 휴가 기간으로 정한 상태다.

집단 휴가제 기간 동안 해당 기관은 냉방기 가동을 중단하고, 조명은 필요 시설에만 한정적으로 사용하며, 구내 식당도 축소 운영된다.

근무 인원은 부서당 1~2명씩 업무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 인원만 비상대기 식으로 남게 된다.

집단 휴가제를 바라보는 출연연 구성원들의 시각은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데,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긍정적인 점은 기관 전체가 다 휴가를 가기 때문에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모 출연연 관계자는 “예년에는 동료와 휴가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하고 윗사람 눈치도 봐야 했지만, 올해는 마음 편하게 갈 수 있게 됐다”고 집단 휴가제를 반겼다.

그러나 연구 특성 상 자리를 함부로 비울 수 없거나 여름행사 업무와 휴가 기간이 겹치는 부서는 집단 휴가제가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다른 기관 관계자는 “자리를 지켜야 하는 연구원들은 집단 휴가 기간 동안 찜통에서 근무할 것으로 생각돼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게다가 휴가 기간이 내달 초 열리는 대한민국 과학축전 준비 기간과 가까워 제대로 다녀오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한편 오는 10월 나로호 3차 발사를 앞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일부 출연연은 올 여름 집단 휴가제를 운영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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