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폭(酒暴)의 최대 피해자는 다름아닌 가족이란 사실이 새롭게 표출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술만 마시면 악마로 변하는 주폭으로 쏠리고 있다.

실제, 수년간 이어진 아버지의 취중 괴롭힘에 못 이겨 딸이 아버지를 흉기로 찌르는 참혹한 사건이 대전에서 발생했다.

2일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경찰에 붙잡힌 A(40·여) 씨는 경찰에서 “수년 동안 이어진 아버지의 폭언과 괴롭힘 등 술주정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진술했다.

대전 유성에 거주하는 A 씨의 아버지 B(65) 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가족들을 괴롭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아버지의 술주정에 A 씨는 “제발 술 좀 그만 먹으라”며 외려 아버지를 훈계하기 이르렀고, 그래도 술주정이 계속되자 급기야 집안에 있는 흉기를 손에 들었다.

A 씨는 아버지에게 “술을 계속 먹을 거면 여기서 같이 죽자”며 흉기를 든 채 아버지에게 달려들었다.

흉기를 든 딸과 아버지는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딸의 손에 들려있던 흉기는 아버지의 가슴을 찔렀다.

아버지를 찌른 뒤 정신을 차린 A 씨는 “내가 아버지를 찔렀다”며 경찰에 자진신고했고, 중상을 입은 아버지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고의적인 살해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존속상해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이처럼 주폭의 최대 피해자는 동네 가게주인이나 주변 사람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크다. 특히 주폭이 휘두르는 가정폭력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신고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실제 최근 경찰의 한 조사에 따르면 음주로 인해 가정폭력을 당하더라도 이를 신고하는 비율은 전체의 8.3%에 그칠 정도로 신고를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폭들의 가정폭력은 문제가 곪을 대로 곪은 뒤에야 수면 위로 드러난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한 형사는 “주폭 피해자들을 조사하다 보면 가족이 휘두르는 폭력이나 괴롭힘의 강도가 오히려 더 세고 함께 살다 보니 피해기간도 더 길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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