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아타 ‘Museum Project #149,Series of Field.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김아타(1956)는 대상물을 카메라에 담아 종이 위에 프린트하는 사진의 일반속성을 뛰어 넘는다. 그의 초기작들은 정신병환자나 무형문화재, 가족 등을 대상으로 하는 흑백의 초상사진이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그는 주어진 상황을 촬영하는 것에서 벗어나 상황을 연출하고 그것을 사진 기록으로 남기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주어진 사건이나 장면을 기록하는 차원을 넘어 자신의 사유와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그것을 촬영하는 방식이다.

‘뮤지엄 프로젝트’는 박물관의 진열장을 연상시키는 투명한 아크릴 상자에 사람을 집어넣고 그것을 촬영한 연작들이다. 문제는 아크릴 상자가 놓이는 장소이다. 이 작품에서 보는 것과 같이 나체의 여성들이 들어있는 상자는 불당 안에 놓여있다. 종교적 위엄이 서린 불당에서 누드의 인체가 이런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은 매우 도발적인 상황이다.

성과 속의 만남과 같은 이질적인 요소의 결합을 통해서 김아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특히 뮤지엄 프로젝트 연작을 통해서 그는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은 박물관에 진열되는 자연과 역사 속의 사물과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불당 안에 공존하는 불상과 나체는 이질성과 동질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는 종교적 권위를 담은 불교도상과 알몸의 인체를 병치함으로써 성속을 뒤섞어 버렸다.

김아타라는 작가이름은 나와 남을 의미하는 한자어 아(我)와 타(他)를 합쳐 만든 말이다. 그것은 자아와 타자를 일체의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이며, 나와 우주를 동일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작품 세계에는 자신의 예명처럼 인간의 존재를 시공간 속의 유한한 존재로 보고 그것을 기반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예술적 성찰이 들어있다.

김준기<미술평론가,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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