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유아 무상보육 지원체계를 현행 전면적 지원 방식에서 선별적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은 3일 "지금과 같은 제도에선 재벌가의 아들과 손자에도 정부가 보육비를 대주게 되는데, 이것이 공정한 사회에 맞는 것이냐"고 말했다.
김 차관은 "재벌가 손자에게까지 주는 보육비를 줄여서 양육수당을 차상위 계층에 더 주는 것이 사회정의에 맞을 것"이라면서 보육지원체계 재구조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보육료는 영아(만0∼2세)와 5세아에게 종일제(오전 7시 30분∼오후 7시 30분) 기준으로 전액 지원된다. 2013년부터는 3∼4세아에게도 종일제 보육료가 제공된다. 또 양육수당 지원대상도 현재 소득분위 하위 15%인 차상위계층에서 소득 하위 70%로 대폭 확대된다.
김 차관은 "의사결정을 하면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의사결정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원을 더 효율적으로 쓸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는 측면에서 고민해보고 부처간 협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면서 재검토 방침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보육과 양육을 패키지로 해서 어떻게 만드는 것이 국민에게 보육과 양육간 실질적인 선택권을 줄 수 있고, 정부의 보육정책 방향에도 맞는지에 따라 재구조화 문제를 다루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1년도 안 돼 영·유아 무상보육 방향에서 선회하려는 것은 재원 마련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보육비 지원은 지방정부가 절반(서울시는 지자체 80%, 중앙정부 20%) 부담해야 하는데 갑작스러운 보육지원 대상 확대로 지방정부의 보육비 재원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지자체는 부담 부분을 중앙정부가 지원해주길 바라고 있으나 기재부는 부정적이다. 김 차관은 "법에는 중앙과 지방정부가 보육을 공동으로 책임지게 돼 있다"며 "금년도 지방정부 부족분을 지원하는 것은 현재로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다만 "지방정부가 유동성 문제가 있어 지방채를 발행할 때 지방채 이자의 일부를 중앙정부가 지원함으로써 도와주는 것은 조금 검토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이 문제(지방정부 재원부족 문제)는 올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년에도 생길 수 있어 (보육지원체계) 재구조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아울러 "정치권과 부처의 포퓰리즘에 부응한 예산 요구를 꼼꼼히 살펴보겠다"면서 사병 월급 두배 인상과 같은 예산요구에 단호히 반대했다.
인천공항공사 민영화 논란과 관련해 "민영화가 아니라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라며 "매각하는 이유는 인천공항공사를 더욱 잘 되게 해서 국민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라고 해명했다.
김 차관은 "국회를 설득해서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