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부동산 한 지 20년은 됐는데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네요. 올 여름은 정말 무서울 정도입니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 한 부동산중개업자 김모 씨의 한숨섞인 하소연이다.

김 씨는 올 들어 지속된 대전지역 부동산 거래 실종이 최근 20년간 겪었던 불황 중 최악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대전지역에 전반적인 집값 하락이 이미 시작됐거나 예상되고 있어 매물이 나오고는 있지만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커녕 문의전화 한 통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 2010년 하반기 이후 대전지역 주택공급이 크게 늘면서 수요가 감소하다보니 현재 대전지역에서는 집값 상승을 기대하거나 전망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대전지역 부동산시장에 장마·휴가 등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쳐 지역 부동산업계가 비상에 걸렸다.

대전지역 전반에 걸친 주택가격 하락세가 언제 바닥을 칠 지 모르는 데다 이렇다 할 호재도 없어 매매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집을 팔고자 하는 매물들은 속속 들어차고 있지만 수요자는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2일 서구 둔산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인근 아파트 매물이 30여건 등록돼 있었지만 거래는 지난달 초순 전세 1건, 지난달 하순 매매 1건이 전부였다.

이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올들어 실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집값하락 추세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시세로 내놓은 아파트에는 문의도 오지 않는걸 보면 집값 하락이 진행중인 것으로 본다”며 “일부 급매물의 경우 같은 아파트 매물에 비해 3000만~4000만 원 가량 낮은 가격에 나오고 있음에도 비수기가 닥친 만큼 이 역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도심 외곽지역 역시 거래 실종은 더욱 극심한 실정이다.

동구 용전동의 부동산중개업소의 경우 올 들어 거래가 월 1건 성사될까 말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동산 관계자는 “이 지역이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이나 연립·빌라의 비중이 높다보니 신혼부부 전세계약을 제외하고 매매 계약은 올들어 한 적이 있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라며 “아파트 거래가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의 거래는 더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부동산시장 불황이 끝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현 시점의 대전지역 주택가격이 바닥을 치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전지역 주택가격이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수요자들 사이에서 지금 가격이 바닥을 치지 못했다는 판단이 우세하다”며 “부동산업계가 계절적 비수기인 7~8월을 버텨낸다고 해도 현 추세의 침체가 이어질 경우 지속적인 집값 하락은 물론 부동산 거래실종 장기화에 따른 운영난은 불가피 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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