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환기 ‘les Figures’.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는 신안의 섬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바다와 산, 하늘 등 자연을 가까이 대하고 자란 유년기의 배경으로 인해 그의 기조색인 푸른 색은 한국의 전형적인 자연색을 상징한다.

한국 추상미술 제1세대 작가로 손꼽히는 그는 1933-1937년 일본 유학 당시 추상미술에 매혹되어 일종의 실험시기를 보냈으며, 귀국 후 구상계열에서 반추상 작업으로 옮겨가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서울에서 생활하는 동안(1937-1956) 그는 산이나 달, 매화, 사슴, 학 등 자연물을 소재로 하여 현대미술의 조형적 실험을 펼쳤으며 단순화한 형상 속에 절제된 서정을 담았다.

이 시기 그의 작품은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를 표출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특히 두툼하게 물감을 바른 표면질감과 단순명쾌한 선의 요소들, 그리고 서민친화적인 소재와 주제들은 김환기를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한국모더니즘 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잡게 해주었다.

1950년대부터 1974년 타계하기까지 그는 프랑스와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 시기의 작품세계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연작과 같이 추상적인 색점을 화면 가득 그려넣는 전면회화의 특징을 나타냈다.

무한히 반복되는 시각적 요소들, 가령 푸른 색 바탕의 색조와 색점, 면분할에 의한 구성적인 회화의 세계 등은 김환기 회화의 전형적인 특성으로 꼽힌다.

이 작품 ‘les Figures’(1954)는 파리 시기 이후의 추상적인 그림으로 전환하기 전의 반추상 경향의 작품이다.

그는 푸른 색의 색면을 한 화면 안에 배치하고 그 속에 학과 식물, 인물 상을 넣어 한국 고유의 부드럽고 따뜻한 서정성이 돋보이게 했다. 그 속에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김준기<미술평론가,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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