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이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수사하면서 공교롭게도 4·11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정우택(청주상당) 의원의 성추문의혹이 게시된 인터넷 블로그 개설자를 구속했다. 블로그 개설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모 씨는 원희룡 전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충북지역 모 총선예비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풍문으로만 돌던 정가인사들과의 연루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블로그개설자 알고보니 새누리 전 보좌관

27일 중앙일보 등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최근 김찬경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다 블로그 'Crime2guilty'의 존재를 알게 됐다. 홍콩 IP로 개설한 'Crime2guilty'는 정우택 의원의 성추문의혹을 제기한 글이 게시된 블로그다.

김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충남 아산의 아름다운CC 골프장을 지을 때 저축은행 돈 178억 원을 불법 대출했는데, 그때 명의를 빌려준 차주 이 씨가 인터넷에 폭로 글을 띄우고 나에게 돈을 뜯어갔다"고 진술했다. 김 회장이 지목한 폭로 글이 바로 크라임 투 길티에 떠 있던 글이었다.

친환경 재생 에너지 업체 대표인 이 씨는 지난해 9월부터 두 달간 김 회장과 골프장 법인인 ㈜고월의 명의상 대표 소동기(56) 변호사에게 "금감원이나 검찰에 찾아가 불법 대출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이후 홍콩에 문제의 블로그를 개설하고 기사 형식의 폭로 글을 8차례에 걸쳐 올렸으며, 글을 지워주는 대가로 김 회장으로부터 3억 8000만 원을 뜯어낸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밝혀져 25일 구속됐다.

◆이 씨, 성추문 의혹 글 게시 가능성 농후

충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검찰은 이 씨가 문제의 블로그를 개설했다고 하지만, 이 씨는 블로그에 김 회장에 대한 폭로 글만 게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는 이 씨가 정 의원에 대한 성추문의혹 글을 블로그에 게시했다고 단정짓기 어려운 부분으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회장에 대한 폭로 글과 정우택 의원의 성추문 의혹 글 모두 아이디 'Crime2guilty'가 개설한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왔다. 블로그는 지난해 10월 개설된 것으로, 성추문 의혹 글이 게시된 3월 이전에는 김 회장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폭로했다. 특히 두 명에 대한 글이 기사형식인 데다, 동일한 아이디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정 의원의 성추문 의혹 글을 이 씨가 게시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성추문 제보자 신원 밝혀질까?

블로그 개설자인 이 씨가 구속되면서 정 의원의 성추문 의혹을 제보한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 수사는 현재 충북경찰청에서 진행 중이지만 서울시 대변인까지 지낸 김병일 전 서원학원 이사장의 사망과 연관이 있는데다, 이 씨가 정 의원의 성추문의혹 글을 게시해주는 조건으로 제보자로부터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설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향후 수사의 초점은 제보자의 신원파악으로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씨에 대한 혐의가 허위사실유포다 보니 진위를 가려내기 위해선 제보자의 신원파악과 내용의 신빙성유무가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이 씨가 함구하더라도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회 등의 수사가 이뤄진다면 제보자의 신원은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과의 연루가능성은?

지역정가와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 안팎에서는 지난 3월부터 이 씨와 함께 특정 정치인의 실명이 거론돼 왔다. 이 씨는 지난 4·11총선 당시 충북의 모 선거구 예비후보였던 A 씨의 캠프에 몸담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 씨는 정 의원의 성추문의혹 유포사건과 관련해 연루설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던 인물이다.

이 씨가 예비후보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다 홍콩으로 출국한 후 성추문 의혹 글이 게시됐다는 점에서 A 씨의 연루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이 씨는 숨진 김병일 전 이사장과도 평소 알고 지냈던 것으로 알려져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김 전 이사장 측은 경찰수사와 관련해 고소취하를 요구하기 위해 정 의원측 지인들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결과 A 씨를 비롯한 일부 정치인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지역정가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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