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만의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는 충남지역 농민들이 양수기, 마늘 등 피멍들고 있는 농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도둑들의 극성으로 두 번 울고 있다.

충남에서 가뭄이 가장 극심한 서산과 태안지역에 최근 물을 대는데 필요한 양수기와 모터 등을 도둑맞는 농가들이 잇따르고 있고, 가뭄으로 마늘값 등이 껑충 뛰면서 마늘 도둑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데다 물을 퍼올리는 양수기와 농산물 절도범까지 설치면서 민심마저 흉흉해지고 있다.

27일 경찰과 농가 등에 따르면 최근 가뭄과 관련된 각종 절도가 잇따르면서 이들 지역에서만 마늘과 양수기, 모터 등을 도둑맞은 사례가 20여 건을 넘어서고 있다.

경찰에 신고되지 않고 비교적 금액이 적은 단순절도까지 포함하면 가뭄과 관련된 절도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경찰과 농가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뭄 때문에 작물마다 물주기가 바빠지면서 양수기에 모터까지 훔쳐가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가뭄으로 예민해진 상황에서 가뭄을 이겨내는데 필수적인 양수기와 모터 절도가 잦아지면서 농업인들이 서로 의심하는 상황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늘 등 가뭄으로 가격이 오른 농산물 절도도 잇따르고 있다.

마늘 주산지인 충남 서산과 태안지역의 경우 건조를 위해 모아 놓은 마늘을 훔쳐가는 절도범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농가들은 영농회별로 돌아가며 구역을 정해 보초를 서는가 하면, 순찰을 돌고 있고 관할 경찰서도 서산과 태안 주요 길목에 야간 목검문소를 운영하는 등 가뭄 관련 절도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태안의 한 농가 관계자는 “가뭄 전에는 드물었던 절도 사건이 가뭄이 심해지면서 계속돼 농가들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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