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일을 강제한 자치단체의 조례는 위법하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법원이 대형마트 및 기업형슈퍼마켓(SSM)과 골목상권과의 싸움에서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의 대형마트들이 '영업시간을 제한한 처분은 부당하다'며 각 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지난 주말 휴무에 들어가려던 이들 업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 정상 영업에 들어갔다.

법원이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유사 소송이 잇따를 건 불 보듯 뻔하다. 서산 등 여러 지자체들이 현재 동일 사안으로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법원의 판결 취지이다. 법원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의 정당성과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기 때문에 처분을 취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형마트의 강제휴무 제도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절차상의 미흡을 지적한 것이다.

그렇다면 절차상에 어떤 하자가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자체들은 대형마트와 SSM의 의무 휴업 등 영업제한에 관한 내용을 조례로 제정했다. 전주시가 첫 조례를 제정하자 여러 지자체들이 비슷한 내용의 조례를 입안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치단체장이 판단재량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반드시 필요한 행정절차도 거치지 않는 등의 오류를 범했다. 이는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려면 행정절차법에 따라 처분 내용을 사전 통지하고 의견제출 기회를 줬어야 하는데 이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서둘러 조례를 제정하다보니 유통산업발전법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의욕이 앞서 지방의회가 졸속으로 조례를 제정한 측면이 없지 않다.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한 뒤 절차를 준수해 조례안을 내놨더라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법원이 유통산업발전법 자체는 인정한 만큼 절차적 하자 문제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강제휴무 대상에서 제외돼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는 하나로마트나 백화점 내 대형마트들의 특혜 여부도 짚고 넘어가야할 사안이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나했더니 복병을 만났다. 지자체와 의회, 대형마트업체들이 상생방안을 찾는데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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