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경찰이 만취상태에서 상습적으로 폭력 등을 일삼는 이른바 ‘주폭(酒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법원도 음주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과거 음주 후 심신미약 범죄에 관대하던 사회적 분위기가 엄격하게 바뀌면서 술이 매개체가 된 범죄에 대해 법원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주폭 등 만취상태를 가중요인으로 삼아 처벌을 한층 강화키로 한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경찰관에게 둔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 21일 재판을 받은 A 씨.

A 씨는 지난 4월 17일 오후 9시경 대전시 동구 신흥동의 한 정형외과에서 병원 식기구 등을 훔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머리에 둔기를 휘둘렀다.

A 씨는 “이 사건 범행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고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를 통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무렵 어느 정도 술을 마셨던 사실은 인정되나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음주 후 심신미약 주장을 일축했다.

A 씨와 마찬가지로 술을 마신 상태에서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둘러 최근 기소된 B 씨와 C 씨에 대해서도 법원은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형제인 B 씨와 C 씨는 지난 4월 9일 오후 3시경 대전시 동구 대동의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부모님 부양문제로 흉기를 들고 다투다 역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재판부는 술이 매개체가 된 이들의 죄에 대해 각 징역 2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그간 술 취한 상태를 형 감경사유로 본 법적 근거는 형법 10조 2항에 근거한다.

이 조항은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미약한 자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피고인이나 변호사들은 “술을 마시고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해 달라”며 감형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최근 술이 매개체가 된 각종 범죄와 이 같은 규정에 대해 너무 관대한 법 해석이라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주취 감경을 배제하는 법원의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만취상태에서 시민에게 폭력을 일삼는 주폭은 상습범과 누범을 별로도 분류해 기존보다 높은 형량을 권고키로 하는 등 만취상태에 대해 그 자체를 가중처벌 요인으로 삼기로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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