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근의 ‘노상’.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박수근(1914-1965)은 한국의 근현대미술을 통틀어 가장 폭넓게 사랑받는 국민화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서구의 영향을 받은 근대미술의 전형성, 그러니까 형태와 색채, 명암과 볼륨감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아카데미즘 회화의 통상적인 조형방식을 넘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일군 예술가이다.

그는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그림을 익혔다. 18세 되던 1932년에 당시로서의 유일한 미술등용문이던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하면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광복 전에 평양에서 활동한 그는 해방 이후부터 서울에서 활동했으며, 1965년에 지병으로 타계하기 전까지 그는 친숙하고 따뜻한 회화 작품들을 남겼다.

박수근은 일관되게 도시의 서민과 거리 풍경을 그렸다. 그는 가난한 도시 서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장면인 노상 풍경을 주로 그렸다.

당시의 거리는 단순히 이동을 위한 통로가 아니었다. 그것은 노점들이 있는 삶의 터전이자 휴식과 대화가 있는 마당이었다. 나눔과 쉼이 있는 거리는 서민들에게 있어 최상의 공공장소였다. 노상 풍경에 깃든 서민의 삶. 박수근 그림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이다.

또 하나는 특유의 질감(마티에르)이다. 물감을 여러 겹 발라서 우둘두둘한 화면을 만들어낸 그의 그림 표면은 화강암을 닮았다.

한국인의 정서에 잘 어울리는 화강암의 서민적 풍모와 더불어 그의 투박한 듯 세련된 선맛과 색감은 서민의 마음을 녹여주는 가난하지만 넉넉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박수근의 그림을 완성하는 요소이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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