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아이를 돌보기 위해 퇴근 준비를 합니다. 물론 아이를 양육하는 동안 야근 같은 것도 없고요. 직장 내 보육시설도 잘 마련돼 아이와 함께 출근할 수 있어요. 아이를 가지면 출산지원금이 지급되고 대학 등록금 등 각종 교육 혜택도 돌아오죠. 미혼모가 되거나 입양을 해도 걱정 없어요. 사회적 보장이 있기 때문이죠.”

물론 가상으로 꾸며 본 상황이다.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본 세상일 게다. 출산이 사회적으로 보장되는 세상은 가능할까?

◆약발 먹히지 않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

저출산으로 사회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며 양육이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잡기 위해 기업과의 포럼을 열고 임신부와 아기가 있는 남성공무원의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등 양육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또 출산 시 지원금을 지급해 육아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2016년부터 인구 감소에 따라 노동력 확보와 소비위축 등 기업과 국가 성장 잠재력 둔화를 우려하며 저출산을 극복을 위한 기업문화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들이 육아휴직 급여 확대와 출산 전후 휴가 보장, 직장보육시설 설치 활성화, 근로시간 유연화 등에 동참한다면 1인당 생산성은 연간 103만 원 증가하고 이직률은 0.9% 감소할 것으로 복지부는 분석한다.

이 외에도 신생아 출산지원금 확대와 3명 이상 다자녀 가구에 대한 대학 등록금 제공 등 정부 차원의 출산 장려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약발은 그리 먹히는 것 같지 않다.

여성연구원의 2011년 일·가정 양립실태 조사를 보면 배우자 출산 휴가제는 46.3%, 육아휴직은 40.8%, 육아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제는 23.5%만 적용되고 있다.

기업도 가족친화정책을 실행하면 적절한 대체인력 고용이 어렵고 재정부담도 있다는 입장이다. 근로자들도 동료에게 폐를 끼치거나 육아휴직기간 임금감소 등을 이유로 꺼리고 있다.

◆허리 휘는 복지지출

최근 복지수요가 국가채무를 늘리는 주범으로 등장했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는 고령화와 각종 복지수요가 국가채무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재정 소요가 60.3%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정치권의 대책 없는 복지정책의 감소와 현재 추진 중인 복지사업의 하향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출산 환경 조성을 위한 사회적 인식 부재

“일하다 보니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해 미안합니다.”

이번 19대 국회에 입성한 어느 의원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단편적인 이야기지만 사회적 리더가 되기 위한 ‘소홀한 가정생활’은 오히려 그 사람의 헌신과 사회성을 높게 평가하는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셋째 이상 낳으면 애국자’ 혹은 ‘저출산, 잠재경제력 잠식’ 등 일부 언론의 표현을 보면 출산을 국가적이거나 경제적인 의미로 지나치게 접근하고 있다. 출산이 사적 개인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성찰도 중요하다.

박재현 기자 gaemi@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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