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한옥마을은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성곽을 헐고 도로를 뚫은 뒤 일본 상인들이 성 안으로 들어오자 이에 대한 반발로 자연스럽게 형성돼 현재까지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전주한옥마을 제공  
 

서양식 주택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문득 명절때 찾아가던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의 흙집을 회상 시키게 하는 그런 곳. 이번주 금토일 추천지는 전북 전주한옥마을이다.

한옥을 찾는 이, 한옥에 사는 것을 꿈꾸는 이들이 몰려드는 곳. 전북의 관문이자 우리 문화가 살아 숨쉬는 도시, 전주에 자리잡은 한옥마을을 가본다.

◆‘한옥마을의 매력속으로 빠져봅시다’

이 마을은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성곽을 헐고 도로를 뚫은 뒤 일본 상인들이 성 안으로 들어오자 이에 대한 반발로 자연스럽게 형성돼 현재까지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현재는 전국 방방곳곳에서 나들이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데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문화해설, 야간 투어 등의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고 있어 더하다. 이곳 한옥의 아름다움은 팔작지붕과 용마루로 완성되는 듯하다.

건물의 웅장한 위용과 기품을 자랑하는 지붕, 그 선이 조금 낮고 높음에 따라 건물이 주는 느낌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마을의 끝자락 언덕에 올라 밀집한 한옥마을 기와지붕을 바라보다 보면 왜 이곳에 이렇게 많은 한옥이 남게 됐는지 궁금해진다. 그 이유는 1930년 전주 성곽이 일본인들에 의해 해체되면서 서문 밖에 살던 일본인들이 전주객사(보물 제583호)가 있는 중앙동까지 상권을 넓힌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전주 사람들이 이에 대응해 경기전(사적 제339호)과 향교가 있는 교동과 풍남동에 한옥촌을 만들어 살기 시작했단다. 한옥마을 집이 대부분 이 시기에 지어진 근대 한옥인 이유다. 지난 1977년 한옥마을 보존지구로 지정된 뒤 전통한옥지구·전통문화지역·전통문화구역·전통문화특구 등으로 불리다가 2002년 10월 '전주시 공공시설 등의 명칭 제정위원회'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전주 완산구 교동(校洞)·풍남동(豊南洞) 일대 25만2000여㎡에 700여 채의 전통 한옥으로 이뤄져 있는 특별한 곳이다.

   
▲ 경기전 대나무숲. 전주한옥마을 제공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한옥마을

사실 예스러운 분위기의 한옥마을이 생겨난 것은 100년 남짓에 불과하다. 조선시대부터 융성했을 듯 싶지만, 실은 일제강점기에 폭정에 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촌락이다. 을사조약 이후 전주에 들어온 일본인들은 부성의 서쪽 외곽을 주거지로 택했다고 한다. 본래 상인이나 천민들이 거주하던 지역을 차지한 일본인들은 현대적인 기술을 도입해 신식 건물을 짓고 도로를 정비했다.

침입자의 세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주 사람들이 풍남문 동쪽에 형성한 것이 바로 한옥마을이다. 해방 당시 한옥마을은 재력가들이 사는 동네였지만, 점차 퇴락해 슬럼화가 진행됐다. 1977년 한옥보존지구로 정해지면서 개발이 어려워진 탓이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 지금은 팔작지붕의 한옥들이 조선시대 건축물과 함께 독특한 풍광을 빚어내고 있다. 이곳엔 학교나 성당뿐만 아니라 구멍가게, 식당, 이발소, 한약방까지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 공존하고 있다. 시간이 30년 간 멈춰 있었던 탓에 이곳저곳을 거닐면 이내 향수에 젖어들게 된다.

   
 
◆ 취향에 따라 골라 보는 재미

한옥마을 여행은 크게 역사적인 명소, 전통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과 상점, 한옥에서의 하룻밤을 제공하는 숙소 등으로 나뉜다. 우선 명소로는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보관하기 위해 창건된 경기전이 있다. 전주 시민들의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다.

경기전 바로 옆에는 전주부성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풍남문이 자리하고, 건너편에는 호남 지방의 서양식 근대 건축물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오래된 전동성당이 위치한다.

주춧돌을 풍남문에서 빼내 건설한 성당은 단골 영화 촬영지다. 오목대와 한벽당은 큰길인 기린로와 접해 있다. 오목대는 이성계가 황산에서 왜적을 무찌르고 돌아가던 중에 머물렀던 곳으로 한옥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한벽당은 전주천과 남고산을 바라볼 수 있다.

박물관은 더욱 다채롭다.

전통주의 맥을 찾고, 집집마다 술을 빚던 가양주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문을 연 전통술박물관은 향토주를 마셔보고, 살 수 있는 곳이다. 정기적으로 '술 빚기' 행사도 열린다. 한옥마을의 백미는 고택 체험이다. 따스하고 안락한 전통 한옥의 특색을 몸소 느껴볼 수 있다. 뜨끈뜨끈한 온돌방에서 몸을 지지고, 정갈한 아침 소반을 받아보는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 먹을거리

△전주비빔밥=개성 탕반, 평양냉면과 아울러 조선시대 3대 음식인 비빔밥은 전주가 단연 유명하다.

놋쇠 그릇에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의 오방색을 고루 갖춰 색채가 뛰어나다.

전주비빔밥에는 선홍빛 육회와 치자나무로 물들인 노란 황포묵이 빠지지 않는다. 돌솥보다는 놋쇠에 담은 비빔밥의 맛이 더 좋다.

△콩나물 국밥=전주 음식이 맛있는 이유 중 하나는 콩나물이 맛있기 때문이다.

해장국으로 좋은 콩나물 국밥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달걀을 국에 넣고 콩나물을 푹 익힌 전통 국밥과 계란을 따로 내고 콩나물의 아삭거리는 맛을 살린 새로운 형태다. 가격이 비싸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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