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유령 유통회사를 설립하고 수십억 원에 달하는 물품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고속도로 등 대로변에 인접한 곳에 물품 창고를 만들어 놓고, 전화로 농수산물과 공산품을 대규모로 납품받아 가로채는 등 영세 상인들에게 가혹한 피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12일 전국 영세 상인들에게 수십억 원의 물품을 납품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총책 A(56) 씨를 구속했다.

또 A 씨를 도와 물품 사기 행각을 벌인 B(52) 씨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C(62) 씨 등 5명을 추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 1월 14일부터 대전 중구 석교동에 ‘00상사’라는 유령 유통회사를 차려놓고 D(45) 씨에게 수차례 표고버섯, 호두, 잣 등 1억 3000만 원의 농산물을 납품받아 달아나는 등 2008년 8월부터 최근까지 같은 방법으로 전국 11개의 유령회사를 통해 모두 108명의 영세업자로부터 65억 원 상당의 물품을 빼돌린 혐의다.

조사결과 A 씨 등은 바지사장을 내세워 10여 개의 유령 유통회사를 설립하고, 영세 상인들에게 최초 거래 시 현금을 지급하거나 정식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신용을 얻은 뒤 거래량을 대폭 늘려 물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영세 상인에게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회사로 오인케 하도록 자신들의 창고 안에 물건을 많이 진열하는 ‘초기 진열품’이라는 수법을 사용하면서 피해자를 현혹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특히 빼돌린 물품은 장물업자를 통해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처분해 부당이득을 챙겨왔다.

하지만 이들은 범행 시 역할 분담할 사람을 각자 모집하고, 서로 가명과 대포폰을 사용해 일부가 경찰에 검거되더라도 추적할 수 없도록 단서를 전혀 남기지 않는 등 치밀함을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처분한 장물의 유통경로는 물론 달아난 일당을 끝까지 추적해 남은 여죄를 모두 밝히겠다”며 “소규모 영업점들은 거래실적이 전혀 없는 곳에서 대량으로 물품을 주문하는 경우 일단 의심을 하고 사업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며 당부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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