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잎이 말라가는 청주산단 내 은행나무잎.  
 

청주 산업단지 내 식재된 수십 그루의 나무가 잎이 붉게 변하거나 말라가는 등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11일 청주산업단지 4지구 모 식품 가공 업체 앞. 신록의 계절 6월을 맞아 대부분의 나무가 푸른 녹색을 띄고 있지만 유독 한 공장을 따라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는 단풍이 물든 것처럼 온통 붉은 색이다. 지름이 30cm가 넘는 오랜 수령의 나무들로 예외는 아니다. 이 나무들은 지난 1997년 이 일대 공장들이 만들어지면서 식재된 은행나무로 100여 그루가 운집해 있으며, 그 중 20~30여 그루가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
이 일대 나무들의 수난시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이맘때도 이 일대에서는 ‘나무가 죽어간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속출했다. 당시 청주시는 부랴부랴 진상파악에 나섰지만 뚜렷한 원인 파악에 실패하고 약품 처리 등 일체의 방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밀 조사에 나선 충북산림환경연구소는 나무들의 고사 현상이 병충해나 농약 등 인위적 원인이 아닌 공기 중 오염물질로 인한 문제라며 시의 적극 대응을 요청한바 있다.

시민들에게 쾌적함과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도심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가로수를 대거 새로 심겠다던 목표와 달리 기존 가로수가 말라죽어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도 죽어가는 가로수가 보기에도 좋지 않고 미관을 해치는 것 같다며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11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청주산업단지 내 은행나무 가로수들이 말라죽거나 잎이 말라가고 있다. 공단 내 업체들은 이같은 원인에 대해 인근 화학공장과 반도체부품 생산공장에서 내뿜는 화학성 대기물질로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시민 최모(45) 씨는 “출근길 울창한 모습의 나무들이 보기 좋았는데,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관리 소홀로 죽어가는게 마음이 편치않다”며 “새로운 나무를 심는 것도 좋지만 기존 나무 관리에 더 신경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조경전문가들도 지난해 환경연구소에서 원인으로 지목된 공기 중 오염물질의 발원지를 찾아야 한다며 시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조경가 이모(53) 씨는 “고사 위기에 처한 은행나무의 잎이 대부분 붉은 색을 나타내는 이유는 화학물질인 불소 때문”이라며 “활착을 돕기 위한 약품을 살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당시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은 오염물질 배출이 의심되는 공장측에 굴뚝의 위치를 가로수 쪽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줄 것을 요청 한적 있다.

청주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가로수 관리에 대해서는 병충해나 농약 등의 경우에만 방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환경연구소에서 지적한 오염물질이 풍향, 풍속이 다르기 때문에 배출 의심 공장도 특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청주시는 탄소 저감과 기후변화 등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오는 2020년까지 공공은 물론 민간, 기업, 단체가 동참해 공원, 녹지, 도로변 등에 연평균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생명수 1004만그루 심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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