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륜스님은 “환경은 지구상의 모든 인류에게 해당되는 문제로, 환경이 파괴되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위협받게 된다.”며 “모든 인류는 이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prime@cctoday.co.kr  
 
충청투데이가 창간 22주년을 맞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이자 '즉문즉설'을 통해 대중들의 인생 멘토로 유명한 법륜스님(59)을 만났다. 법륜스님은 지난 1988년 창설, 현재 27개 국내 정토회 지부와 18개 해외지부에 정회원 3만 명, 일반회원 10만 여 명이라는 대규모 조직인 정토회를 이끌고 있는 동시에 불교계 내 가장 존경받는 현존 인물로 꼽힌다.

지난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이어 환경문제와 빈곤 퇴치, 종교·민족·계급 갈등 극복 등에 앞장서고 있으며, 지난 2002년에는 이와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평화와 국제이해' 부문에서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북한문제와 함께 젊은 세대와 기성 정치인들에게 현실적인 문제 해결과 사회적 통합을 위한 대안으로 '통합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법륜스님으로부터 새로운 희망 이야기를 들어본다.

-최근 젊은 세대들에게 '통합리더십'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통합리더십이란.

"젊은 세대는 등록금과 취업 걱정, 결혼 후엔 자녀교육을 걱정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통합리더십을 언급했다. 지난 경제성장기 시절 우리는 미래의 안목이 있는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 불도저식으로 많은 기적을 일으켰다. 당시 배고프고, 무지할 때는 이런 리더십이 성장의 동력이 됐다. 그 결과 배고픔은 벗어났지만 '나를 무조건 따르라고 하면서' 젊은이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산업화와 효과적인 성장주의에 이어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민주화가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고, 권위와 독재에 항거하면서 강한 투쟁 리더십이 나왔다.

그 당시 청년들은 유혹과 권력에 타협하지 않았고, 민주화로 일컫는 투쟁 리더십이 사회를 이끌었다. 이젠 성장 시기에 이어 민주화 시대를 지났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성장이나 투쟁을 이야기한다면 시대정신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우리 사회의 현 정치 세력은 아직도 과거 산업화 신화를 움켜진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간판으로 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민주화의 성공 신화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내세우면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성공과 민주화 두 가지 모두를 이뤄냈다. 이제 우리 젊은이들의 관심은 학비나 취직 걱정이 앞서지만 현 정치세력들은 이런 문제에 답을 주지 않으면서 국민들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는 단칼에 해결할 수 없다. 예산과 제도, 재정, 이해관계 등 모든 것들을 고려해서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에 합의를 잘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미로 통합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수년전부터 환경과 빈곤문제, 통일, 행복 등 4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구 전체를 볼 때 미래에는 환경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환경은 지구상의 모든 인류에게 해당되는 문제로, 환경이 파괴되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위협받게 된다. 이에 모든 인류는 이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선 생각하게 됐다. 범지구적 차원에서 환경문제를 얘기했다면 빈곤문제는 인류적 측면에서 가장 큰 이슈다. 이는 유엔에서도 가장 큰 과제로, 절대빈곤 즉 굶어죽는 것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 빈곤에 이어 질병과 문맹퇴치도 중요하다. 사람으로서 제 이름을 쓸 줄 알고, 글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기본적인 지식의 습득을 위한 교육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 결국 지구촌에서의 빈곤 해결은 굶주림과 질병, 문맹퇴치를 기본 모토로 하며, 최소한 이것은 없어져야 한다. 범지구적, 범인류적 문제에 이어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문제는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다.

근본적인 문제는 통일이고, 발등의 불은 평화다. 특히 가장 긴급한 현안은 북한에서 굶어죽는 사람을 막는 것이며, 평화는 우리의 현재 과제이고, 통일은 근본적인 민족 과제다. 이들 문제가 해결됐다면 마지막으로 개인이다. 정신적인 갈등과 고뇌는 개인적 문제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자기가 행복해야 한다. 자신이 현재 갖고 있는 인간적 괴로움을 해결하지 못하면 극락에 가서도 괴로울 수 있다. 결국 개인은 수행을 통해 행복을 찾아야 하며, 민족은 평화를 위한 통일, 인류적으로는 빈곤퇴치, 범 지구적으로는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와 세속에서 받아들이는 자비, 생활 속의 자비는 무엇인지.

"자(慈)는 우정을 말한다. 이 자는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수직적 사랑이 아닌 평등한 사랑이다. 또 비(悲)는 아파하는 마음이다. 어려운 사람을 보고, 같이 아파하는 마음이 비다. 자는 기쁨이나 행복을 이웃과 함께 나눠 갖는 것이고, 비는 이웃과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다.

내가 가진 기쁨을 나누고, 그들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는 것이 자비다. 쉽게 이야기하면 이 세상에 어려운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아파하는 것, 고통을 해결하려는 마음이 자비다. 그러나 자비는 반드시 행(行)이 따라야 한다. 자기 사상이라기보다는 행하는, 실천하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배고픈 사람을 보면 인심을 나눠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어린이들을 돌봐주고, 노인들을 보살펴 주는 그런 자연스러운 행위가 자비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북한동포 돕기 운동 등도 일종의 자비다. 부부간의 갈등과 연인간의 갈등을 깨우쳐 주는 것의 기본 마음도 자비심에 둬야 한다. 이런 것을 귀찮아하면 자비심이 없는 것이다."

-‘참나’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는 나를 주장한다. 그러나 뭐가 나를 말하는 것인지는 모른다. 나를 말하는 이것. 이것이 무엇인지를 탐구해야 한다. 즉, 자아를 발견해야 한다는 의미다. 내가 지칭하는 것을 살펴보면 물건을 지칭할 때도 이념을 지칭할 때도 있고, 그것을 의미하는 것이 각각 다 다르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뭘 지칭하는 지도 모른다. 현재의 나를 조금만 연구해보면 내가 아니다.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이것은 탐구의 대상이다. 그러나 텅빈자리나 뭔가를 발견할 때 괴로움이나 번뇌가 사라지며, 이것을 '참나'라고 한다.

언어의 혼란이나 집착 때문에 불교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나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탐구의 대상이다. 나의 스승이신 도문스님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놈이 바쁘긴 뭐가 바빠'라는 말씀을 하신 이유는 어디서 왔는지도 모른 채 태어나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죽는데 왜 바쁘게 사냐는 의미이고, 즉 정신차리라는 의미다.

이는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로, 그것의 경지는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반복되고, 매여있는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최근 조계종 사태를 비롯 종교계에 많은 문제가 터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은.

"종교에 모순이 있으면 비판해야 한다. 자신이 믿는 종교는 무조건 옳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최근 불교계의 추문에 대해서도 사과하고, 또 사과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불미스러운 일들이 덮여있던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깨끗이 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어떻게 정화할 것 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병은 치유하면 된다.”

정리=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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