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에 사는 김 모(42) 씨는 최근 한 남성으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걸어온 이 남성은 김 씨에게 이름과 직장 내 직위 등을 확인한 후 대뜸 자신의 형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황당한 내용에 김 씨는 애써 화를 가라앉히며 전화를 끊었고, 이후에도 이 남성은 수차례 전화를 걸어와 김 씨를 괴롭혔다.

김 씨는 보이스피싱의 일종이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이 남성이 자신의 이름과 직장, 직위는 물론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모두 알고 있다는 점에서 찜찜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공무원이나 전문직 직장인에게 전화를 걸어 불륜사실이나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 보이스피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은 발신 전화번호를 그대로 노출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사기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전화번호는 착신이 금지됐거나 중국 등 외국에서 발신번호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런 황당한 보이스피싱 사기행각에 걸려드는 직장인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실제 2010년 불륜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전화 협박을 받은 공무원들이 줄줄이 수백만 원을 입금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범인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된 이름과 직책, 전화번호를 골라 무작위로 불륜폭로 협박전화를 걸었고 ‘제 발 저린’ 공무원 등이 지레 겁을 먹고 범인의 요구대로 돈을 송금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 같은 사기를 당해도 주변에 떳떳이 알릴 수 없는 처지 등을 감안할 때 공무원 뿐만아니라 일반 직장인 피해자도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피해자들이 전화 한 통화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잃고도 혼자 속앓이를 할 수 밖에 없는 점을 교묘히 악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보이스피싱 보다 남들에게 알리기 어려운 내용이다 보니 관련 피해가 늘어나고 있으며,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당할 수 있는 전형적인 사기행위”라며 “비슷한 협박전화나 문자를 받았을 경우 남의 일이라 덮어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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