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결혼한 직장인 이모(33·대전시 서구 둔산동) 씨는 결혼식장에 왔다가 식사를 못하고 가는 하객들에게 답례로 1만 원짜리 신권을 제공하기로 맘먹고 환전을 하려다 진땀을 흘렸다.

시중은행들을 돌며 신권교환을 하려했지만 각 점포마다 보유하고 있는 신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한나절 내내 여러 은행들을 돌아다닌 끝에 환전을 할 수 있었지만 일부는 신권이 아니라 ‘신권처럼 보이는 헌 돈’을 받아야 했다.

최근 대전지역 시중은행 각 영업점 창구에는 1만 원권 신권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초부터 평년에 지급되던 신권 30~40%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금융기관조차 1만 원권 신권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은 발권 기관인 한국은행에서 시중 금융기관으로 공급하는 신권의 배정 규모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특히 한은이 지난 2009년 6월 5만 원권 발행을 시작하면서 기존 1만 원권 보유물량은 기준치보다 3배 이상 적재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회수된 1만 원권의 90~95%가 얼마든지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지폐이며, 이 중 10% 정도가 폐기 대상이기 때문에 신권을 찍어내야 할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같은 이유에서인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신권의 규모가 적어지고 품귀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고객이 예금한 돈 중에서 새것처럼 보이는 돈을 골라내 따로 보관했다가 신권 대신 내놓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초부터 신권교환을 요청한 고객들이 늘고 있지만 공급이 부족해 난감한 상황”이라며 “상태가 좋은 권종을 따로 모아 신권 교체를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은행권 1장을 발권 시에는 평균적으로 210원(2011년 기준)이 소요되고 있어 신권 발행에 대한 예산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시중에 1만 원권 신권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한은에서도 인지하고 있지만 무수한 예산을 들여서 신권만을 찍어낼 수는 없기 때문에 한은에서도 어쩔수 없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 대전충남본부 관계자는 “한은에는 신권처럼 상태좋은 돈 들이 많이 쌓여 있지만 은행들이 신권만 요청하고 있다”며 “신권을 고집하기보다 기존 깨끗한 지폐를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는 1층 화폐 교환창구에서 신권을 요청하는 시민들에게 대해 권종별로 최대 100만 원까지 환전을 해주고 있다.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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