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대학교가 최근 병원 내 대표 수익시설인 매점의 공개입찰을 추진하면서 지나치게 높은 입찰 자격으로 인해 지역경제를 외면한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이덕희 기자  
 

충북대가 최근 병원 내 대표 수익시설인 매점의 공개입찰을 추진하면서 입찰규정을 지나치게 제한해 대형 유통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고 있다. 입찰조건을 통해 지역 중소형 업체들을 사실상 차단하면서 지역경제를 외면한다는 비난이 뒤따르고 있다.

병원내 편의점은 장례식장 등과 함께 불황 무풍지대로 알려지다 보니 입찰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충북대 소비조합은 최근 병원 내 편의점 ‘상품 및 운영시스템 공급업체 선정’ 입찰공고를 내고 지난달 31일 사업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공고에 따르면 입찰참가자격은 자본금 30억 원 이상, 최근 2년 평균매출 5000억 원 이상으로 3년의 계약기간이다. 이 입찰규정대로라면 매출이나 자본금 확충 측면에서 지역유통업체의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비조합에 따르면 입찰을 희망한 유통업체는 3곳으로 국내 편의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대기업 소유의 유통업체다. 공공기관의 성격이 강한 충북대병원이 지나치게 높은 입찰조건을 내세워 지역 업체의 참여를 사실상 차단시킨 셈이다. 이로인해 졸지에 대형유통업체 등에게 거래처를 빼앗긴 지역 영세업자들은 한숨을 짓고 있다. 이들은 이번 공개입찰과 관련해 거점국립대학으로 지역 업체를 외면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충북대병원에 물품을 공급해 온 A 음료 대리점장은 “월 매출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거래처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라며 “새로운 판로를 개발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A 음료사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병원이 밝힌 30여 곳의 물품공급업체 가운데 대다수는 지역 영세업체로 이번 입찰로 대형 거래처를 잃게 돼 막대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B 김밥 공급 업체 관계자는 “많게는 최고 100만 원 가까운 거래량으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래처가 사라졌다”라며 “병원이 입찰을 통해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다고 하니 우리 같은 영세사업자들은 어쩔 도리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공개입찰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특정, 대형 유통업체를 사전에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지역 유통업체의 입찰 참여를 원천봉쇄하는 동시에 대형유통업체 간의 입찰 경쟁을 불러일으켜 수익 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역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입찰조건이 까다롭거나 고액일 경우 특정업체를 사전에 염두에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결국 지역 경제가 대기업 자본에 잠식될 우려가 높다. 여기에 지역 업체 등의 빈약한 공급체계를 이유 삼아 대형 유통업체를 공급업체로 선정하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충북슈퍼마켓협동조합 최익완 상무는 “편의점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입찰조건 자체를 고액의 사업자만이 참여 할 수 있도록 설정해 놓은 것”이라며 “이는 지역물품공급업체의 타격과 물품공급의 독점으로 인해 물건 가격이 비싸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충북대병원은 매점 내 물품의 다양성 확보와 타 국립대와 발걸음을 맞추기 위한 공개입찰이라고 밝히고 있다. 충북대병원 소비자조합 관계자는 “올 초 신임 병원장의 지시 사항 가운데 매점 상품 다양화를 위해 공개입찰을 진행하게 됐다”며 “타 지역 국립대 병원의 경우 이미 대형유통업체 소유의 편의점이 들어서 더 이상 늦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공급업체들에게는 수일 전 미리 거래 중단을 통보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충북대병원은 지난해 7월 간부가 원내에 있는 유명 베이커리 체인점을 친분이 있는 특정인에게 위탁 운영을 맡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유재산 특혜 논란에 빠지는 등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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