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피임약을 둘러싸고, 의사와 약사들 사이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대한약사회가 "현재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인 사후 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의사회에서는 "사후 피임약은 기존처럼 전문약으로 유지하고, 사전 피임약도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한다"며 양측 간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전체 3만 9000여개의 국내 의약품 가운데 사후 피임약인 노레보정 등 6700여개 품목의 재분류 결과를 오는 7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한약사회는 "사후 피임제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돼야 하고, 사전 피임제의 일반의약품 유지는 당연하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이날 발표했다.

약사회 측은 "사후 피임제는 성관계 후 가능한 한 빨리(12시간 이내 권장), 늦어도 72시간(3일)이내에 복용해야 응급피임 효과가 제대로 발현된다"며 "사후 피임약의 경우 1회 복용으로는 부작용이 크지 않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특히 배란기 성관계 당시에는 수정(임신) 여부를 의사 역시 진찰을 통해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약국에서 충분한 복약 설명후 적기 투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사전 경구피임약이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약사회 측은 "의료비 부담이 현행대비 4.4~5.3배 증가되는 등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사전 경구피임약은 일반의약품으로 현행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대한산부인과학회를 중심으로 의사회에서는 "사후 피임약은 사전피임약보다 호르몬 농도가 10~15배 높아 부작용 위험이 크다"면서 "응급 시 전문의에게 제대로 교육을 받고 복용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이어 “심야나 주말에는 문을 여는 약국을 찾기 어렵고, 사전 피임약 복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사후 피임약이 일반약으로 풀리면 사전 피임을 소홀히 해 낙태가 증가하고, 각종 성병과 골반염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의 한 의사는 "응급 피임약이 정말 응급한 약이라면 병원에서 직접 투약할 수 있도록 '의약분업 예외약품'으로 지정, 분류하면 된다"면서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에서 제외하는 것은 편리성만을 내세운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시민 김모(34·서구 갈마동) 씨는 "언제부터 의사와 약사들이 국민 건강에 그토록 신경썼는지 의문스럽다"며 "국민을 내세워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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