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의 하도급계약 내역을 일반에 공개하는 방안이 추진될 예정에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하도급 계약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하도급 관련 각종 부정부패를 예방하기 위해 계약 내용을 일반에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도급 계약 내용 공개 자체만으로도 회사 영업기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건설공사의 하도급 계약을 일반에 공개키로 하는 내용의 '하도급계약 공정·투명성 확보방안'을 마련했다. 권익위는 관련 전문가들에게 이에 대한 부패영향평가 자문을 의뢰했고, 이달 초 관련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 발표한 후 관할부처에 권고, 시행할 방침이다. 권익위는 하도급 계약 자료를 기관별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성남시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도급액 10억 원 이상 공사의 공종별 하도급 내역을 시청 홈페이지상에서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는 데, 이를 전체 공공 공사에 확대 시행하겠다는 것이다.성남시의 경우 그동안 건설 산업의 원청·하도급 관계는 전문분야의 분업적 협력이 아닌 수직적 상하관계로 인식돼 하도급자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며 계약 내용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과태료 처분에 그치는 하도급계약 내용의 허위통보나 미통보자 처분 수위도 부정당업자 제재 등으로 강화해 입찰 참여를 봉쇄한다. 또 건설·전기·정보통신·소방·문화재시설공사별로 서로 다른 하도급계약 관련 제재 조항도 통일하는 동시에 제재 수위는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기관별로 수행하는 하도급 적정성심사 항목도 하도급계약 허위통보, 분야별 배점한도 가감조정 등의 다양한 사유를 추가하고, 배점기준은 하도급가격 적정성과 하수급인 신뢰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조정한 가이드라인도 정부 차원에서 제시한다.

권익위는 하도급자 보호 강화보다는 공무원, 발주기관 임직원들의 하도급계약 관련 부당청탁 및 압력과 일부 건설사의 유착비리를 근절하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에 대한 전문·종합건설 업계의 시장반응은 부정적이다.

이들은 하도급계약 공개는 특정 원·하도급사가 어떤 가격에 공사를 맡기고 받는 지를 대내외에 노출하는 것으로, 이는 업체의 기술 및 노하우와 관련한 기밀이 모두 새어나가는 것을 의미해 수용키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데이터가 축적되면 건설업체별로 공개된 하도급 의뢰가격과 수주가격이 가격협상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고,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충북도회 관계자는 "하도급계약 관련 내용은 건설공사대장 통보 등을 통해 발주기관과 당사자들이 이미 공유하는 사항"이라며 "굳이 일반에 공개하면 적정성 여부를 떠나 정부와 발주기관, 건설사 모두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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