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리사채 등 불법 사금융 으로부터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4월 18일부터 벌인 ‘사채와의 전쟁’이 막을 내렸다. 하지만 눈에 띄게 늘어난 검거 실적과 달리 정작 대규모 불법사금융 조직 적발에는 실패해 ‘반쪽 단속’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사채놀이 스님’ 직종, 수법 다양

특별 단속 기간 중에는 시장노점상들에게 고리사채놀이를 한 충북 청원군 모 사찰의 주지스님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청주 청남경찰서는 지난 달 8일 육거리시장에서 영세 상인들을 상대로 연 500%의 이자를 받은 유모(51) 씨를 대부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유 씨는 지난 2010년 12월 20일부터 지난 3월 까지 육거리시장 내 노점상 4명에게 1500만 원을 빌려준 뒤 이자로만 5000만 원을 받는 등 연 60∼512%의 이자를 뜯어낸 혐의다. 유 씨로부터 돈을 빌린 고령의 피해자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채소를 팔아도 원금을 갚지 못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지난 4월에는 자동차를 담보로 대출해준 뒤 허위서류를 작성해 차량을 팔아넘긴 김모(38) 씨 등 3명이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적발됐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30일 충북 청주시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최모(여·43) 씨에게 차량을 담보로 1700만 원을 빌려준 뒤 자동차매매계약서를 위조해 팔아넘기는 수법으로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18차례에 걸쳐 9억 원을 가로챈 혐의다.

충북경찰은 이 기간 전담팀을 편성해 악덕 고리사채, 조직폭력배가 개입하거나 폭행·협박이 수반된 불법채권 추심 행위 등 악질적인 불법 사금융 단속을 벌여 226명을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구속했다.

◆정작 검거대상은 자취 감춰

40여일 간의 특별 단속기간 동안 검거된 불법 사채업자는 226명으로 지난 한해 경찰에 붙잡힌 54명보다 4배 이상 늘었다고 경찰은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겠다’던 경찰의 애초 강력한 의지와는 달리 소위 큰 손 들의 행적은 찾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시 산남동 등 주거밀집지역 등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의 ‘돈 놀이’를 하는 이들은 정부의 특별 단속이 시작되자 자취를 감췄다. 길거리를 걸을 때마다 불시에 날아들던 일수 명함이 사라진 것도 같은 시기다.

실제로 평소 같으면 명함 크기의 사채 전단지로 도로 바닥이 가득 메워지던 청주 유흥가는 단속 기간 동안 오히려 깨끗했다. 수백~수천 명에 달하는 채무자를 동시에 관리하고 수십억 원의 일수를 돌리는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경찰은 접근 방법조차 찾지 못한 채 특별 단속 기간이 종료됐다.

여기에 일부 불법대부업자들이 채권자들에게 신고와 증언을 중단할 것을 부탁하며 이자를 감면해주거나 빌려준 돈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 수사는 한계점에 봉착하기도 했다. 특별단속 전 불법대부업자들에 대한 대표적인 수사 방법은 피해자의 신고를 받거나 불법대부업체의 광고물을 통해 대부업자를 파악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특별단속 이후 불법광고물이 줄어들었고 피해자 또한 증언을 거부했다.

불법대부업자들이 이자 감면 및 추심 중단을 제시하며 증언 거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경찰관계자는 “불법사금융 업자를 잡아들이면 시민들이 돈을 빌릴 곳이 없어 돈을 빌린 시민들이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2차 단속에 들어가게 되면 대규모 사채 조직 검거 등 보다 효과적인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단속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2차 집중 단속을 펼칠 계획이라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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