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암은 초기 증상이 없이 암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혈액·초음파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것이 중요하다. 건양대병원 강영우 교수가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건양대병원 제공  
 

간은 침묵의 장기이다. 술이나 스트레스로 간을 혹사해도 참을 수 있는 한 묵묵히 견뎌낸다. 그러다가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순간부터 급속도로 나빠져 그 후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잘 회복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간암은 남자 인구 10만 명 당 약 31명, 여자 인구 10만 명 당 약 8명의 빈도로 발생하고 있다.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 당 남자 32.3명, 여자 10.0명으로, OECD 21개국과 비교해 볼 때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위암 다음으로 우리나라에 흔한 간암에 대해 건양대병원 소화기센터 강영우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간암이란?

간암이란 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세포에서 기원하는 악성 종양을 말한다. 넓은 의미로는 간에 생기는 모든 종류의 악성 종양이나 다른 기관의 암이 간에 전이돼 발생하는 전이성 간암까지도 포함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가장 흔한 간암인 간세포에서 발생하는 간세포암종만을 의미한다.

◆증상

간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별로 없어 몸이 피곤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헛배가 부르고 복부 오른쪽 윗부분에 불쾌감이 느껴지는 등 막연한 증상이 대부분이다. 주의할 것은 증상이 아예 없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간암을 예방 또는 조기 발견하기 위해선 정기적으로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또 알코올과 무분별한 약물 복용 및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대체요법 등은 간경변증과 간암으로의 진행을 빠르게 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 다음의 증상이 있으면 간암을 의심하고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

△유난히 피로감을 느낄 때 △체중이 갑자기 3~5㎏ 줄어들 때 △오른쪽 윗배가 갑자기 아프거나 불쾌감을 느낄 때 △황달이 생길 때(물론 기존의 간염이나 간경화증의 악화로도 황달이 생길 수 있다) △오후에 열이 나고 밤에 땀을 많이 흘릴 때 △간암의 진행으로 간이 커져 환자 자신의 오른쪽 윗배에 굳어진 것이 만져질 때 등이다.

◆원인과 예방

간암의 원인으로는 국내에서는 B형간염 바이러스가 연관된 경우가 약 70%, C형간염 바이러스와의 연관이 약 10~20% 정도이나 구미에는 알코올성 간경화증이 흔하다. 만성 간염이 20년 내에 48%에서 간경화로 되고, 35%에서 간암으로 될 수 있다. 따라서 간암의 예방은 곧 이러한 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다.

바이러스성 간염의 주요 전염경로는 어머니에게서 아기로 전염되는 수직 감염, 수혈, 성 접촉, 가족 내 수평 감염 등이다. 특히 B형 간염은 주로 수직 감염으로 전염되는데, 이는 어른에서 감염 시에 만성간염이 될 가능성이 약 10%인데 비해 만성화될 확률이 약 90%에 이를 정도로 높다. 이에 따라 산모가 B형 간염에 걸렸으면 아기에게는 태어난 즉시 B형 간염 면역 글로부린과 B형 간염 백신을 주사해야 한다. 또 면역의 표시인 B형 간염 표면항체가 없는 아이는 학동기 전에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한편, B형 간염 바이러스로 인한 간암은 △B형 만성 간염으로 인한 간경변증 환자에서 가장 잘 생기며 △B형 만성 간염 환자 △드물지만 B형 간염 바이러스 건강 보균자에서도 생긴다. B형 간염환자의 1/4은 간경변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간암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B형 간염환자에서 간암 발생률이 서구에 비해 높은데 이는 어릴 때에 어머니로부터 수직 감염돼 B형 바이러스 보유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즉, 오랜 기간의 간세포의 파괴와 재생, 유전자 변이 등이 간암 발생을 증가시킨다. 그러므로 이런 환자들은 정기적인 검사로 간암을 조기 발견해야 한다.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병행해야 하는데 간암의 발생 위험이 높은 만성 간질환 환자들에서는 3~4개월에 한번은 해야 한다. 진행성 간경화증 환자에서는 1년에 한번 정도의 CT촬영이 필요하다.

C형 만성 간염에서는 간경화증이 서서히 진행돼 20~30년이 지나서야 C형 만성간염환자의 약 30% 이상에서 간경변증이 생긴다. 그러나 젊은 층에서 C형 간염에 걸리면 50세 이후 50% 이상이 만성간염, 간경변, 간암 등 만성 간질환으로 진행되며, 특히 젊은 연령에서 불법문신으로 인한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외에 술은 간암 발생이 6배까지, 담배는 최고 3~4배까지 높아진다. 그러므로 B형과 C형 간염환자는 술·담배는 끊는 것이 좋다.

최근 알코올성 간경화 환자에서도 구미에서처럼 간암발생이 늘어나고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치료

간에 생기는 악성 암은 수술로 암이 있는 부분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그러나 간은 하나뿐이며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이기 때문에, 장기 전체를 제거하는 것은 어렵고, 초기에 부분 절제로 치료하고 있다. 노년층과 간 기능이 저하돼 있는 말기 환자 등은 수술로 절제가 불가능하고, 수술을 하더라도 남은 부위의 간에 다시 암이 생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비수술적 치료로는, 간동맥색전술과 간동맥내 항암제 주사나 피부에 가는 바늘을 통해 간암을 고주파로 태우거나 알코올을 주사하는 치료, 초음파를 통해 간암조직을 냉동시키는 치료, 동위원소를 간암에 주사하는 홀뮴치료, 3차원 방사선 치료, 로봇사이버나이프치료, 면역치료, 유전자치료 등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장기이식 기술의 향상으로 '간이식'도 있지만 재발과 비용, 공여자의 문제점 등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생체간이식의 도입으로 치료율과 그 적응증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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