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사 위주의 대전 A 건설사는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두 배로 늘었다. 10여 년 ‘건설밥’을 먹은 덕분인지 대형 건설사와의 관계도 좋은 데다 관급공사와 민간공사를 골고루 참여하면서 꾸준히 실적을 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적을 위한 최저가입찰 등으로 매출은 늘지만 수익은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에 업체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건설장비나 인력을 놀릴 수 없다 보니 적자 누적에도 입찰에 참여해 공사를 수주하고 있는데 직원들은 환호보다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설사들은 공사를 수주하면 할수록 적자가 심해져 결국 부실로 이어지고 있고, 이에 따른 경영난까지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일거리가 없는 건설시장 환경에서 일감확보를 위한 수주전이 치열해지고 다수의 건설업체들은 각축전을 벌이다 보니 과열경쟁에 따른 출혈이 난무한 상황이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물량이 부족한 데다 협력사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중소 건설사들은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고의 부도를 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사는 것처럼 건설사들이 건설공사를 하는 게 당연한데도 공사를 수주하면서 한숨부터 나온다”고 덧붙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철근, 시멘트, 인건비 등 건설자재까지 오르면서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건설사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형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지역 건설사들은 물론 곧바로 협력업체 등 전문건설사들의 도미노식 도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실제 시공능력 10대 건설사 중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을 제외한 7개사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매출 2조 705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 증가했다.

또 GS건설은 1조 9637억 원으로 2.9%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매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순이익은 현대건설과 GS건설이 각각 2.2%, 5.9% 감소하는 등 부진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는 외형성장과 비교해 수익성 감소는 대부분 건설사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건설사들은 주택경기가 좋을 때는 수익성 감소 부분을 어느 정도 보존할 수 있었지만 관급공사 등에서 지자체들이 현실과는 거리가 동떨어지게 공사금액을 무리하게 삭감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면서 “건설사가 건설공사를 하지 않으면 할 게 없기 때문에 적자가 나더라도 공사를 수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한진 기자 adhj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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