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로스쿨을 지원했다가 낙방한 A 모 씨는 아직도 예비합격자 순번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대학원 졸업 후 법조인의 꿈을 키우던 그는 지난달 충남대의 추가 충원 전형에서 자신의 바로 앞 순번을 끝으로 신입생 등록이 마무리되는 얄궂은 아픔을 맛본 것. ‘최종 예비순번 1번’이란 명예만 얻은 그는 최근 로스쿨 합격자 중 행정고시 합격자가 포함됐다는 소문에 혹시나 결원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지역대에 따르면 대부분 대학들이 오는 16일 충원 합격자 등록 전형을 마감하는 가운데 합격과 불합격의 기로에 선 이른 바 ‘예비순번’들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4년제 대학 정시모집의 경우 가·나·다 군 등 많게는 3곳에 복수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대학마다 합격자 이탈과 후순위자 채워넣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경기불황의 여파로 대학 등록금 시름이 깊어지면서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대학 진학에 그냥 두 손을 놓고 있을 만은 없는 상황이다.

수험생 김 모 군은 “한 곳이라도 합격한 후 다른 대학의 추가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수험생들은 그나마 여유롭겠지만 한 곳도 합격한 곳 없이 예비순번만 기다리는 수험생들은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합격자들의 연쇄 이동에 각 대학들은 그야말로 ‘충원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각종 혜택을 제시하며 합격자들에게 등록을 권유하고 있지만 합격생 마음잡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데다 빠져나간 인원만큼 다시 채워넣기 위해 후순위 합격자들에게 등록 여부를 타진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더욱이 이탈자 인원이 정원을 크게 웃도는 학과들의 경우 대학 입시 관계자들의 피로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매년 반복되는 합격자 연쇄이동이지만 올해 대학 간·학과 간 희비는 사뭇 다르다. 각 지역대들이 대부분 등록금 동결을 선언하며 수험생 유치에 나섰지만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립대와 취업이 유리한 학과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모 대학 관계자는 “경기침체 여파 등이 대학 선택에 많은 변수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대학·학과 선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각 대학들은 오는 16일까지 충원 합격자 등록을 마감하고 17일부터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과에 대한 추가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