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명의 외계인 살고있는 맨해튼. 아무도 모르게 ‘MIB(Man In Black)’란 조직이 그들을 관리하고 있다. 설정부터 재치가 넘친다.

1997년에 개봉한 ‘맨인블랙1’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요원들이 악당 외계인에 맞서 싸우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겼다.

무뚝뚝한 고참 요원 케이와 활기찬 신참 요원 제이가 티격태격하며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은 매력적이었다. 이후 세계적으로 약 5억 8939만 달러의 돈을 벌어들이면서 SF블록버스터 자리에 오른 ‘맨인블랙’ 시리즈는 이제 3편에 이르러 다시 196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타임슬립 설정을 차용한 ‘맨인블랙3’는 과거로 떠난 MIB 요원 제이가 파트너 케이를 구하고 외계인의 습격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이야기다.

제이는 시간을 거슬러 미래를 구하는 사상 최고의 미션에 도전하며 극을 종횡무진한다. 알 수 없는 사건으로 현실이 뒤바뀌고 외계인 보리스의 공격으로 지구는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영화는 MIB 소속 베테랑 요원 케이가 하룻밤 사이에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면서 시작된다.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사건의 열쇠를 쥔 유일한 인물은 케이 뿐, 제이는 케이를 찾아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제이는 젊은 시절의 케이를 만나 24시간 내 우주의 비밀을 풀고 현재로 돌아오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사실 ‘맨인블랙’ 시리즈는 재기발랄한 농담과 아기자기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SF 영화이다. 이번 영화 역시 세계적 스타 윌 스미스가 출연해 천재성과 인간미를 모두 갖춘 요원 제이를 완벽히 소화해 낸다.

검은 수트와 선글라스를 쓴 모습까지 여전하다. 메가폰도 베리 소넨필드 감독이 그대로 잡았다. 특히 영화에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부터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 레이디 가가와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까지 명사들을 소재로 활용한 점이 구경거리다. 또 MIB 본부의 모습과 본부를 누비는 외계인 캐릭터 등을 시리즈 최초로 3D로 상영돼 보다 생생한 감흥을 느낄 수 있다.

극중 제이가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빌딩에서 추락하는 장면 등도 볼만하다. 그러나 ‘맨인블랙3’는 단속적인 재치는 있지만 지속적인 파괴력이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2편이 나온 후 10년 만에 다시 돌아오면서 그럭저럭 즐길만 하지만 1편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 평론가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재미는 바로 케이와 제이의 관계다.

아버지와 아들처럼, 선배와 후배로, 친구처럼 비춰지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충분히 즐겁다. ‘맨인블랙1’에서 이들이 처음 만났다면 ‘맨인블랙2’는 로맨스와 코미디를 적절히 버무렸고 ‘맨인블랙3’는 이들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다. 특히 제이의 성장사를 통해 밝혀진 가슴 먹먹한 사연은 관객들이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1, 2편보다 한층 성숙해진 3편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106분. 12세 관람가.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