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가 의원별 도정질문 횟수를 연간 3회로 제한하고 질문요지서를 세분화하도록 규정을 정하면서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의 정파싸움으로 변질되는 형국이다. 의회 안팎에서는 이번 규정 발령으로 도의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자당 소속 이시종 지사를 비롯한 집행부에 대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비판·견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다. 도의회는 의원별 도정질문 횟수를 연간 3회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충북도의회 도정질문에 관한 세부운영규정(충북도의회 훈령 60호)'을 만들어 도보에 고시했다.

도의회 의장의 직인이 찍힌 공문이 의회사무처에 통보된 것은 지난 15일이고, 훈령 공포일은 4월27일이었다. 의원별 도정질문 횟수제한 조치를 취한 것은 전국 16개 광역의회 가운데 충북도의회가 처음이다. 훈령은 도정질문 횟수를 의원별로 연3회 범위 안에서 실시하고, 질문요지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토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질문요지서가 이같은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의장은 의회운영위원장과 협의한 뒤 해당 의원에게 보완을 요구하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도정질문신청서를 반려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도의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새누리당도 가세해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성명을 내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형평성 운운하면서 어설픈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이는 누가봐도 의회운영의 효율성이나 의정활동의 형평성보다 '집행부 감싸기의 전형'임을 알 수 있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도의회가 전체 의원 간담회를 통한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의장단과 운영위원회 간담회를 통해 ‘슬그머니’ 이같은 규정을 만든 배경에는 이시종 지사와 새누리당 소속 김양희 의원 사이에서 생긴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지난해 11월 김 의원은 도정질문에 앞서 집행부에 '이시종 지사의 인사관리, 조직개편 및 운용, 정책결정 및 집행'이라는 간단한 제목만 제출했다. 이에 도의회 담당 부서와 운영위원회에서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김 의원의 도정질문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급기야 이 지사가 정례회에서 답변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지난 2010년에도 김 의원이 사전 도정질문 요지서에 명시되지 않은 예산문제를 놓고 집중추궁하자 무방비상태였던 이 지사가 해명하느라 곤혹을 치렀다. 김 의원의 도정질문을 집행부가 사전에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보니 답변에 나선 이 지사가 해명하느라 식은땀을 흘린 것이다. 당시 이 지사는 "사전질문요지서에는 없는 내용이다. 앞으로는 통보 바란다"며 서운함을 내비쳤으나, 김 의원은 "사전질문요지서는 4일 전에 보낸 것이다 보니 이후 (내가) 발굴한 추가질문은 빠진 것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기타' 항목을 둔 게 아니냐”며 쏘아붙였다.

김 의원이 정례회에서 도정질문에 나설 때마다 이 지사가 집행부 간부 공무원 보는 자리에서 곤혹을 치르자, 보다 못한 도의회가 나선 것이다. 즉, 도정질문 횟수를 제한하고 질문요지서를 세부화해 제출토록 한 뒤 지켜지지 않을 경우 질문신청을 제한하는 이른바 ‘족쇄’를 채우려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의회 안팎에서는 ‘까칠한’ 김 의원의 집행부에 대한 배려부족이라는 부정적 시각과 함께 내부적 불협화음을 불식시키지 못한 의장단에 대한 책임론로 거세지고 있다.

집행부 한 관계자는 “도정질문의 내실화, 정상화, 균형성과 효율성 보장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게 도의회의 주장이지만, 누가봐도 특정 정당, 특정 의원의 집행부 비판을 차단하려는 인상이 짙어 보인다”면서 “훗날 제10대 의회 때 정족 수가 바뀔 경우 민주당이 거꾸로 이 규정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정파에 얽히지 않고 한 목소리로 집행부를 견제하고, 때로는 격려하는 성숙된 의회가 됐음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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