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2금융권은 물론 대부업체까지 찾아가며 자금을 융통하고 있는 모습과 달리 시중 은행에서는 대출할 곳을 찾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출사업이 수익창출의 주가 되는 시중 은행권의 경우 일반 대출을 확대하고 싶어도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대책 시행에 따라 까다로운 대출요건에 맞는 새로운 대출 수요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시중 은행서 대출받기 힘든 서민들 '음지'로…

시중 은행에서 대출이 힘든 서민들은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당장 급전이 필요하지만 까다로운 대출조건에 시중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되는 경기불황과 대형 저축은행의 잇따른 영업정지까지 겹친 대부업 시장마저 정체되면서 벼랑 끝에 선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에 몰리는 형국이다.

22일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1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부업체를 통한 대부잔액은 8조 7175억 원으로, 6개월 전보다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거래자 수도 252만 2000명으로 1.9% 늘었다.

대부잔액 증가율을 보면 지난 2010년 12월 말 전반기 대비 11.2%, 2011년 6월 말 14.1% 등으로 성장률이 두자릿 수를 기록하다 지난해 12월말에는 0.9%을 기록, 성장률이 소수점 밑으로 뚝 떨어졌다.

이 같은 대부시장의 영업환경 악화는 불법 사금융시장 확대, 대부업체 추심강화 등 각종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돈만 쌓이는 은행…수익성은?

시중 자금은 은행으로 몰리며 은행 건전성은 개선됐지만, 마땅한 대출 수요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각 은행들의 수익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15개 은행의 평균 예대율은 95.3%를 기록했다. 이는 예대율 규제 도입이 발표됐던 지난 2009년 12월말(112.4%)보다 17.1p하락한 것이다.

예대율은 은행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수치로 은행 건전성을 보여주는 잣대다. 예대율이 100%이하라는 것은 은행이 100원의 예금을 받아 100원 미만의 대출을 해줬다는 것으로, 예대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것은 예수금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대출에 사용했다는 의미다.

은행 예대율 하락의 원인으로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금융당국의 방침과 성장세가 꺾인 은행권의 대출 증가율이 꼽히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다음달 말까지 각 시중 은행들에 예대율을 100%미만으로 유지하라고 지도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방침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지나친 예대율 규제가 오히려 은행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를 우려한 금융당국의 방침에 전 시중 은행권이 개인대출 신청요건을 강화했다"며 "이로 인한 대출사업은 꽉 막혀 있어 예대율이 떨어지고, 이는 곧바로 은행의 수익성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