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와 도의회가 사업예산을 놓고 벌이는 분란은 영 볼썽사납다. 발단은 소규모 현안사업비(의원 재량사업비)의 폐지에 있다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집행부와 의회의 힘겨루기 내지는 소통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의원들로서는 매년 관행처럼 반영해온 재량사업비가 갑자기 사라지게 되자 서운한 심정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이를 담보로 예산심의 때 손을 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 역시 온당치 못하다.

감사원과 행안부는 재량사업비 대부분이 지역 관리용 선심성사업에 사용된다며 예산편성을 중단토록 각 지자체에 권고했다. 재량사업비가 선심성 예산이라는 감사원과 행안부의 지적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물론 지방의원들은 재량사업비가 있어야 지역 현안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과 행안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충남도는 결국 권고를 받아들여 재량사업비를 없애기로 했다.

재량사업비를 폐지한 건 비단 충남도만이 아니다. 대부분 광역자치단체가 재량사업비를 없애거나 애초부터 예산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고작 4곳만 재량사업비를 편성했을 정도다. 올해 재량사업비를 편성한 전남도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이 예산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한다. 이렇듯 재량사업비는 이제 폐지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 의원들이 재량사업비 편성을 빌미로 예산 삭감 운운하는 것은 밥그릇 챙기기로 보일 소지가 있다.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 심사에 들어간 도의회 일부 상임위원회는 실제 큰 폭으로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이렇게 일이 꼬이게 만든 데는 집행부의 책임론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재량사업비 배정을 못하게 된 이유를 의회에 소상히 설명하고, 충분히 설득을 했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의회와 집행부는 도정을 함께 이끄는 동반자다. 견제와 감시역할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무조건 발목을 잡아서도 곤란하다. 예산을 편성하고 심의하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잘 굴러가야 도정도 발전하는 것이다. 의회와 집행부 간에 오해나 얽힌 매듭이 있다면 지체 없이 풀어야 한다. 그게 바로 정치력이다. 도와 의회가 힘겨루기로 일관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 몫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