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19가 출동해 문을 열어야 하는 긴급 상황인지 모르지만, 일단 신고가 들어온 만큼 출동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대전지역 119구조 활동 중 절반 이상이 아직도 출입문 개방 등 개인적 용도에 휘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단순한 생활안전 관련 119신고 비율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시민들의 의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대전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9를 통한 구조요청은 모두 5315건으로, 이 중 51.3%인 2729건이 생활안전(출입문 개방, 동물구조, 벌집제거 등)과 관련된 출동이었다. 이는 생활안전 구조건수 비율이 2010년 50.2%(6014건 중 3017건), 2009년 46.3%(5617건 중 2603건)인 것을 고려하면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개인적인 출입문 개방과 애완견 등을 찾아달라는 동물구조 관련 신고가 해마다 1000여 건에 달해 119대원들이 불필요하고 잦은 구조요청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아직도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119신고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방당국은 혹시 모를 장애인, 어린아이, 노인 등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시민들의 구조요청을 외면할 수도 없다는 하소연이다. 또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은 잦은 신고와 출동으로 적잖은 피로감까지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소방본부는 올해부터 각 소방서별로 9명의 대원을 3개 조로 나눠 생활구조 전담팀을 조직·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인력을 나눠 조직을 구성하다 보니 해당 직원은 물론 전체 소방관의 업무량 만 증가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 한 구조대원은 “위험을 무릅쓰고 긴급 출동해도 단순 문 잠김 및 개방 등의 이유로 신고된 경우 문제를 해결해도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오게 된다”며 “전담팀도 초기 단계라 업무적 분할이 완전히 이뤄진 것도 아니고 화재나 긴급 상황 발생 시 함께 투입되고 있어 인력확충 없이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소방본부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생활안전 구조팀을 구성한 것은 최대한 시민을 돕고 만족도를 높이려는 한 방편”이라며 “순간의 이득을 위해 무조건 119신고를 하기 보다는 자신보다 더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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