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달이 끝나고 결혼 성수기에 접어든 22일 대전 정동 인쇄거리의 한 업체에서 청첩장을 주문하려는 손님이 직원의 안내를 받아 디자인을 고르고 있다.장수영 기자 furnhanul@cctoday.co.kr

#직장인 이 모(34) 씨는 얼마 전 절친한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듣고 기쁨이 앞섰지만 이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달 결혼한다는 청첩장이 친구를 비롯해 벌써 6장이나 쌓여있기 때문이다.

모두 자신의 결혼식에 와준 지인들이라 안갈 수도 없고 적어도 5만~7만 원은 축의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30만~40만 원은 각오해야 할 판이다.

#4년 전 퇴직한 김 모(63) 씨도 하루가 멀다 하고 날아오는 청첩장 우편물을 볼 때마다 마음 한켠이 무겁다.

퇴직 후 받은 퇴직금과 연금 등을 쪼개 생활하고 있지만 윤달이 끝나자마자 몰려드는 지인들의 각종 경사 소식이 이젠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김 씨는 “자식 결혼에 와준 지인들의 경사라 가봐야 하지만 한꺼번에 몰리니 여간 부담스런 게 아니다”면서 “윤달 때문인지 벌써 청첩장만 5개나 와있다”고 한숨을 내셨다.

윤달을 피해 결혼하려는 예비부부들이 6~7월에 몰리면서 직장인들이 축의금 폭탄을 맞고 있다.

보통 4~5월이 결혼 성수기 임에도 이 기간(4월 21일~5월 21일) 중 윤달이 끼면서 이를 피하려는 예비부부들의 적지 않기 때문이다.

3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윤달은 예로부터 액운이 있는 달로 여겨지면서 결혼 등의 경사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윤달을 피한 예비부부들의 결혼이 6월과 7월 사이 집중되면서 직장인들의 경우 때 아닌 축의금 지출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직장인 김 모(36) 씨는 이달 26일부터 내달 주말 내내 지인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2주간은 하루에 2번이나 결혼식에 참석해야 할 지경이다.

김 씨는 “내달 셋째주는 지인의 결혼식이 두 건이라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적잖은 경조사비 지출도 큰 부담이지만 어디에 얼굴을 비춰야할지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전지역 한 웨딩 컨설팅 업체에 따르면 올해 윤달인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평년과 비교해 30~40% 가량 예식건수가 줄면서 비수기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반면 6~7월 사이 예약이 크게 몰리면서 주말을 비롯한 평일 저녁 결혼 일정이 모두 꽉 찬 상태다.

게다가 가을 결혼 성수기인 9~11월은 평년과 비교해 예약 문의가 130~140% 이상 늘었고, 현재 예약이 90% 이상 끝났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윤달은 상대적으로 결혼비용이 저렴해 개의치 않고 결혼하는 예비부부도 점차 늘고 있지만 여전히 윤달 속설에 예식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져 특정기간 예식이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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