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에서 역대 초유의 예산 삭감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섰다. 이에 따라 도와 의회 간 대립이 결국 도 현안을 발목 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도의회에 따르면 도는 3027억 원(일반 회계 2677억 원, 특별회계 349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 각 상임위원회 의원들은 지난 21일부터 추경 심사에 돌입했고, 3027억 중 1000억 원 이상을 삭감할 것을 내부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의원들이 칼을 빼든 이유는 충남도가 소규모 숙원 사업비(의원 재량사업비)를 추경안에 전액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와 의회는 재량사업비를 놓고 ‘옥신각신’했고, 끝내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최악의 시나리오로 임시회가 막을 내릴 조짐이다.

실제 건설소방위원는 계수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상정된 추경 557억 6000만 원 중 206억 원 이상을 삭감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도청사 건립 대행사업비가 65억 원 이상 삭감될 것으로 보이며, 도청이전신도시 진입도로개설 사업도 106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계수조정안은 23일 의원 간 최종 조율을 거쳐 예산결산위원회에 상정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 12월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는 도청 사업부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비를 확보할 수도 없는 데다, 전혀 예기치 못했던 예산이 줄줄이 삭감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찬중 의원(금산2)은 “국비는 단 한 푼도 확보하지 못하고 어떻게 도비만 축낼 수 있겠느냐”며 “전남은 대부분 도청이전비를 국비로 해결했다. 국비를 확보하면 도비도 자연스럽게 매칭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복지위원회는 상정된 추경 1014억 원 중 ⅓ 이상 삭감을 예고하고 있고, 행정자치위원회, 농수산경제위원회 역시 대량 예산 삭감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는 개청 이래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기 의장은 “의원들의 직무인 감시와 견제, 예산 심사 등을 충실하게 할 계획”이라며 “불필요한 예산은 이유를 불문하고 전액 삭감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해 ‘1차 추경’에선 2055억 원 추경 중 3억 4500만 원만 삭감된 바 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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