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청주시 흥덕구 모충동·48) 씨는 지난해 말 신용카드를 매월 20만 원씩 2년동안 사용하면 무료로 내비게이션을 장착해 주겠다는 방문판매 사업자의 전화를 받았다.박 씨는 흔쾌히 행사에 신청을 했고, 같은 날 방문판매원을 만나 차량에 내비게이션을 장착했다.

이 방문판매사업자는 내비게이션 설치 과정 중 한마디 설명도 없이 신청인의 휴대폰을 이용해 신용카드사에 전화를 건 후 박 씨에게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눌러달라고 요구했다.

박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비밀번호를 눌렀고, 나중에야 방문판매업자가 자신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 480만 원을 이체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박 씨는 판매업자에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미 내비게이션을 설치한 상태로 계약해지 시 발생하는 150만 원의 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고가의 내비게이션 무료 설치와 무료통화권 등을 미끼로 한 소비자피해가 증가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내비게이션 판매 상술로 인한 피해자수는 지난 2008년 1월 이후 모두 433명에 달하며, 매년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증가했다. 지난 2010년까지 증가세를 이어가다 2011년 단속을 기피해 감소세로 접어들었지만, 올 들어 이달까지만 모두 45명의 피해구제 요청이 접수되는 등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 비해 지능적이 된 것은 물론 다수의 사업자가 방문해 소비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단말기를 강제 설치하는 등 수법 또한 과감해지는 양상이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거주 지역을 살펴보면, 서울·경기·인천 지역이 171건(39.5%)으로 가장 많았지만, 충남·충북·대전도 48건(11.1%) 의 피해사례가 접수돼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 내비게이션 상술 피해는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피해보상도 쉽지 않아 소비자만 두번 울고 있다. 실제 모두 433건의 구제신청 중 보상을 받은 사례는 절반에 못 미치는 43.9%(190건)에 불과했고, 보상을 받은 경우에도 내비게이션 설치비 등의 명목으로 대금의 20~40%에 달하는 과다한 위약금을 공제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방문판매를 통한 내비게이션 구매 시 내비게이션 무료장착과 무료통화권 제공 등 무료상술에 속지 말아야 한다"며 "또 청약철회 조건 등 계약서 내용을 반드시 확인하고 신용카드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등은 절대로 알려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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