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여 미암사에 있는 길이 30m, 높이 7m의 세계 최대 와불. 세상의 고민을 다 안은 둣한 부처님의 마음이 들리는 듯 하다.  
 
석가탄신일(28일)이 다가온다. 절을 찾아 참배하고 가벼운 산행도 즐기는 이번 가족나들이에선 화사한 불국토의 바람이 번뇌와 아쉬움을 씻어줄 듯하다. ‘눈을 감아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해하며 보는 것만큼 마음으로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때로는 신선한 첫 경험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중 하나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런 벅찬 경외감을 지역 주요 사찰에서 느껴봤으면 한다.

‘금토일’에서는 석가탄신일 전 2주에 걸쳐 지역 주요 사찰을 소개한다.

 

   
▲ 미암사 초입에 위치한 진신사리탑의 위용. 일반버스의 3배가 넘는 놀라운 높이다.

부여 미암사

불교도들이 이렇게 자신의 믿음을 아낌없이 전하는 사찰이 또 있을까. 미암사 이곳이 그렇다. 아름다운 절, 부여 미암사를 찾아가는 길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세계 최대 와불이 있다는 사찰. 부여에서 보령 방향으로 16㎞를 달려 계향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곳. 미암사는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볼거리가 많이 있는 절이다.

입구에서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33층 높이의 진신사리탑. 이 안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들어 있는데, 1998년 3월 봉안 당시 1과였던 것이 2004년 와불 준공 무렵에 2과가 증가되는 불가사의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진신사리탑의 위쪽으로 올라서면 누워있는 부처님의 형상을 한 와불은 길이 30m, 높이 7m, 손가락 길이 3.5m로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특히 발바닥(불족)에 법륜과 옴자 1만 6000여 자가 새겨져 있어 관(觀)하면서 손으로 문지르면 중생의 번뇌가 소멸되고 만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온다.

그래서인지 와불의 발바닥을 손으로 쓰다듬는 불교도들의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황금색 와불은 근엄하거나 엄숙하기 보다는 오래전부터 알았던 얼굴처럼 친근하고 가까운 느낌을 준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때 머리는 북쪽으로,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서쪽을 바라 보면서 두발을 가지런히 하고 열반에 들었다는데, 미암사 와불은 당시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모두 와불의 발이 있는 쪽으로 몰려가는 것 같아 의아해 했더니, 그래서 그랬나보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누워있는 와불의 몸속이 바로 예불을 드리는 법당이라는 사실. 열반상 법당은 순금으로 치장됐다. 신기할 정도다. 

   
▲ 36번 국도를 타고 천장호의 푸른 수면을 즐기며 달리다 어느덧 당도한 공주 장곡사. 산자락에 폭 안긴 산사의 정취에 일상의 시름이 달아나 버릴 것 같다.

장곡사

충남 내륙에 솟아 있는 칠갑산을 오르는 길에 위치한 장곡사. 이 사찰은 국보 제58호 장곡사 칠조약사여래좌상 및 석조대좌, 국보 제300호 장곡사 미륵불괘불탱 2개와 4점의 보물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명찰이다.

칠갑산 장곡사를 찾아 오솔길을 올라가다보면 어디선가 콩밭 매는 아낙네를 만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아마도 ‘칠갑산’이라는 대중가요 때문이리라. 장곡사를 찾아가는 길은 36번 국도, 공주에서 청양으로 넘어가는 칠갑산 마티고개길에 위치한 칠갑산휴게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칠갑산휴게소 아래쪽에 천장호라는 저수지가 시원스럽게 눈길을 끈다. 칠갑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가득 모여 만들어낸 천장호의 푸른 수면에 비친 산의 모습은 설레임을 던져준다. 칠갑산장 앞에 세워진 칠갑산 노래비를 보면서 주변 풍광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는 것도 좋다.

   
▲ 장곡사 상대웅전 외부 풍경
장곡사가 있는 장곡리 마을 광장에는 오랫동안 장승제를 지내온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장승공원이 조성돼 여행객을 맞이한다. 장승공원에 전래되는 장승과 더불어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크고 작은 다양한 장승이 갖가지 모습으로 세워져 있다. 장승공원을 지나면 마침내 장곡사에 다다른다. 칠갑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장곡사는 신라 문성왕 12년(850)에 보조선사 체징에 의해 창건됐다고 전해온다. 천년고찰 장곡사에는 다른 절과 다르게 입구에 있는 하대웅전과 위에 있는 상대웅전 등 2개의 대웅전을 자랑한다.  

세워진 방향도 다르다. 두 개의 대웅전이 하나의 산문아래 세워져 있는 것은 독특한 배치다. 상대웅전에는 독특하게도 철재로 조성된 부처님이 나무로 만들어진 광배를 배경으로 돌로 만든 사각형의 대좌위에 모셔져 있다.

바로 국보 제58호로 지정된 장곡사철조약사여래좌상 및 석조대좌다. 국보 제300호인 장곡사미륵불괘불탱은 초파일이나 큰 법회때 야외에 모시고 예불을 드리는 의식을 진행하던 불화다.

글·사진=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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