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가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도의원 소규모 숙원 사업비(일명 의원 재량사업비)를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된 도와 의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도가 매년 관행처럼 편성돼 온 90억 원 규모의 숙원 사업비 전액을 없애고 도지사 시책사업비 공동 사용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도의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는 시책사업비를 의회와 공동으로 사용해 지역 민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오히려 의원들은 이를 ‘의원 길들이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도가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숙원 사업비를 지방의원의 선심성 예산으로 평가해 이를 중단한 만큼, 17일부터 열리는 추경 심의를 꼼꼼히 해 안 지사의 선심성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진통이 예견된다.

도의회는 17일 도가 의원 숙원 사업비를 추경에 반영하지 않은 것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의원 총회를 열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권희태 정무부지사는 의원들을 상대로 숙원 사업비의 대안으로 도지사의 시책사업비를 공동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 했다.

시책사업비는 재해 등 예견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면 도지사 재량에 따라 도세 일부를 사용하는 재정으로, 올해 총 366억 원이 마련됐다.

이 중 이미 사용된 40억 원을 제외한 326억 원을 도지사와 도의원들이 상황에 따라 우선 사업을 정해 함께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도의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유병기 의장(부여2)은 “이는 도가 의원들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라며 “제시된 대안도 누가 언제 얼마나 쓰는지 구체적이지 않아 신뢰할 수 없는 수준으로 도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비난했다.

강철민 의원(태안2)은 “숙원 사업비나 도지사 시책사업비나 어차피 지역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라며 “의원이 특별한 이익집단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 같아 모양새가 나쁘다”고 지적했다.

도의회는 도가 제시한 대안을 놓고 심의한 결과 시책사업비의 내용이 포괄적이고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의견을 모았고, 구체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내용을 마련하라고 도에 통보했다. 그러나 도는 시책사업비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우선순위를 따져 배정하는 만큼 구체적인 지출 계획을 미리 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재현 기자 gaemi@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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