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같은 분은 아닐 텐데 어쩜 이렇게 가격이 매일 똑같은지 모르겠네요.”

대전지역 일부 주유소들이 매출 경쟁을 피하려고 가격담합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도로를 사이로 일정 거리 안에 여러 주유소가 모여 있는 경우 판매가격이 같거나 근소한 차이를 유지하고 있어 운전자들의 선택 폭이 줄어들고 있다. 15일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이날 오후 대전지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2038원, 경유는 1842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주유소들은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똑같은 가격으로 운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어 자율경쟁 취지를 무색케하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경제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피넷 지도검색을 통해 지역 주유소 가격 현황을 점검한 결과, 인접한 곳과 가격이 같거나 비슷한 주유소는 20여 개에 달했고, 일부 지역은 반경 내 모든 주유소가 같은 가격에 기름을 판매하고 있어 가격담합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대전 서구의 한 여자고등학교 인근 주유소 3곳은 서로 다른 정유사 브랜드를 내걸고 운영하고 있지만, 휘발유 2028원, 경우 1838원, 등유 1429원 등 같은 가격을 고시한 채 판매하고 있었다. 이들 주유소는 수 개월간 서로 짠 듯 같거나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의 적잖은 불만을 사고 있다.

주민 김 모(32·여) 씨는 “처음 2곳이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더니 최근엔 새로 생긴 1곳도 가격담합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아무래도 집 근처라 이들 주유소를 자주 이용하게 되는데 같은 가격을 고시해 도대체 차별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주유소들의 이런 횡포에도 가격담합에 대한 확실한 물증을 찾기가 어려워 단속이 어렵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모니터링을 통해 현장조사를 진행해도 주유소 업주 대부분이 구두로 합의를 보거나 문서작성 등을 하지 않고 있어 진술확보나 근거자료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유가 해결을 위해 세금절감보다는 주유소 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현실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공정위 관계자는 “대형 정유사들의 담합 행위는 어느 정도 규제가 가능한 것에 비해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주유소는 합의에 의한 담합인지 경쟁에 의한 현상인지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꾸준한 단속으로 주유소 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담합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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