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는 언제나 마음의 고향입니다.” 최근 대권 후보자가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이다.

충청권의 경우 영남이나 호남처럼 뚜렷한 색깔은 없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이 대권 주자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충청권이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만큼 대권 주자들도 충청권을 간과할 수 없는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 지난 15대 (39만여 표·1.6%)·16대 (57만여 표·2.3%) 대선에서 1·2위 간의 득표차이를 보면 충청권의 영향력은 이미 검증됐다.

이 때문에 충청권에서 힘을 얻기 위해 연고를 두거나 애정 표현을 남달리 하는 대권 주자들이 꽤 된다.

먼저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충청권에 관심이 대단하다. 이번 총선 때만 하더라도 불모지였던 충청권에 각각 3차례 이상을 방문, 12석(대전 3석, 충북 5석, 충남 4석)을 얻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충청권 전역을 훑고 다니며 애정을 쏟은 결과,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을 놓고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을 때 원안 추진에 목소리를 내면서 충청권 민심을 달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이후 행보에도 충청권은 꼭 빠지지 않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대 안철수 교수는 공식적으로 정치적 행보는 밝히고 있지 않지만, 꾸준하게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안 교수도 충청권에 남다른 인연이 있다.

안 교수는 애초 의사에서 벤처기업인으로, 다시 교수로 직업을 바꿨다. 안 교수는 서울대로 이직하기 전에 카이스트에서 3년 (2008~2011년) 간 교수 생활을 하면서 충청권 인맥과 기반을 닦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1990년에는 천안 단국대에서 전임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카이스트 교수 시절 인연을 맺었던 교수나 단체 등이 안 교수의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충남대·카이스트 교수를 중심으로 한 ‘스터디 그룹’이 정치적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한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의 움직임도 눈여겨 볼만하다.

황해도 서흥 출신인 이 전 대표는 어린 시절을 광주에서 보냈고, 이후 수도권 생활을 줄곧 하며 26대 국무총리, 신한국당 총재, 15·16대 국회의원(서울 송파갑·비례)에 당선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세 차례 대권에 도전했지만, 충청권 표를 얻는 데 실패하면서 정치적 위상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충청권에서 표만 얻었더라도 그의 이름 뒤에는 이미 대통령 수식어가 따라붙었을 수도 있다. 충청권에 반감이 있을 법도 한 그가 충남 홍성·예산에 연고지를 두고 18대 총선에서 당당히 승전고를 울렸다. 비록 19대 총선에선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충청권 기반을 어느 정도 구축한 만큼 이 전 대표의 네 번째 대권 도전설도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계 한 인사는 “대선을 앞두고 저마다 충청권에 대한 인연을 짜맞추거나 관심을 표현하는 정치인이 늘고 있다”며 “표심이 두드러지지 않은 충청권 민심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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