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우리 양주 한 병이랑 안주 하나만 더 시켜요."

주문할 때까지만 해도 일반 바(bar)에서 파는 양주와 과일안주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계산서에 찍힌 양주 한 병당 가격은 무려 50만 원. 과일안주 가격은 10만 원.

직장인 A(32) 씨가 대학생 B(24·여) 씨를 처음 만난 건 대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였다.

A 씨는 즉석만남(부킹)을 통해 만난 B 씨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렇게 만난 그녀와 헤어진 뒤 며칠 후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술 한 잔 사달라”는 문자였다. 설렘을 안고 다음 날 만난 B 씨는 A 씨를 대전 월평동의 한 바로 이끌었다.

바에 들어간 그녀는 능숙하게 주문을 했다. 2시간에 걸친 술자리가 끝나고 웨이터는 A 씨에게 150만 원이 적힌 계산서를 내밀었다. 계산서를 본 A 씨는 깜짝 놀랐지만, 자존심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A 씨는 결국 아무런 의심 없이 계산을 했지만, B 씨는 술자리 이후 A 씨와의 연락을 끊어버렸다.

최근 대전시 서구 월평동에 대금이 과다청구 된다는 사기의심 업소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한 대전둔산경찰서는 9일 여성 알바생들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손님을 끌어들이고 과도한 매출을 올린 업주 김 모(32)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김 씨의 부인과 이른바 꽃뱀으로 불리는 알바녀 강 모(28·여) 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업주 김 씨는 20대 여성 10명을 고용한 뒤 이들을 대전과 청주 등의 나이트클럽으로 출근시켰다. 알바녀들은 즉석만남을 통해 남성들의 연락처를 받은 뒤 술자리를 마련했고 이들을 김 씨의 주점으로 유인했다.

김 씨는 2만~3만 원에 불과한 와인과 양주를 한 잔당 수만 원에 팔거나 한 병당 40만~50만 원의 돈을 받는 등의 수법으로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60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벌어들인 돈은 알바녀들과 6대 4 또는 5대 5로 분배했고 과도한 금액에 대해 항의하거나 신고하려는 피해자들에게는 돈을 깎아주는 수법으로 자신들의 사기를 무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씨는 자신의 부인을 알바녀들의 교육과 관리, 직접 남성을 유인하는 영업사장으로 고용하고 처남을 매니저로 고용하는 등 가족이 역할을 나눠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피해남성들이 대금이 과다하게 청구됐더라도 여성 앞에서는 쉽게 항의하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지능적인 신종사기"라며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모두 60여 명이지만,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해당 업소에 대해서는 관할 세무서에 세무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