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논산경찰서에서 대전 부녀자 연쇄납치사건 피의자 길병관 씨를 경찰이 연행하고 있다. 양승민 기자
<속보>=대전에서 부녀자를 상대로 연쇄 납치강도를 벌인 길병관(29) 씨가 공개수사 한 달여 만인 지난 5일 경찰에 붙잡히면서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범인의 모든 행적이 밝혀졌다.

<7일자 5면 보도>

최초 범행 동기는?

길 씨는 지난해 4월경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2000만 원과 동거녀의 친언니로부터 빌린 500만 원 등 과도한 채무로 심리적 압박에 시달려 왔다. 대학 졸업 후 취직한 회사에서는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공금을 횡령하는 등 평탄치 못한 사회생활을 이어왔다.

또 지난 3월 동거녀의 친언니와 충북 청주에서 애견숍을 동업키로 하고 받은 상가 계약금 500만 원을 임의로 사용했고, 결국 빚을 갚기 위한 수단으로 부녀자 납치를 계획하게 됐다.

순탄치 않았던 도피생활

지난달 3일부터 8일까지 대전과 청주에서 모두 3번의 납치강도를 벌인 길 씨는 현금 100만 원을 소지한 채 경찰을 피해 잠적한다. 이후 대전 대흥동 한 모텔에서 은신하고 있던 길 씨는 서구 정림동과 관저동 일대 PC방과 찜질방, 여인숙을 돌며 생활하다 경찰의 공개수사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17일경 시외버스를 타고 고향인 부여로 향했다.

고향에 도착한 후에도 지인들을 만날 것이 두려워 낮에는 PC방, 밤에는 모텔과 찜질방을 전전했다. 문제는 생활비였다. 처음 소지하고 있던 100만 원이 바닥나면서 지난달 21일 오후 10시 20분경 충남 부여의 한 아파트에서 주차를 시도하던 주부 A 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현금 3만 4000원을 훔쳐 달아났다.

하지만 생활비로는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지난달 28일 충남 논산으로 향했고, 택시강도 행각을 통해 현금 11만 원을 빼앗았지만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쫓기며 느꼈던 심리적 압박감

길 씨는 한 달여간의 도피생활로 검거 당시 체중이 18㎏이나 줄어들 정도로 압박감이 컸다.

특히 마지막 범행인 택시 강도사건 이후 사건 현장 인근에서 배회하다 경찰 차량을 발견하고 도망가지 않는 등 당시 자포자기 심정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공개수배 이후 자수도 고민했지만 스스로 경찰서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고, 생계형 추가범행을 할 수밖에 없자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아쉬운 대전경찰

이번 사건을 지휘한 대전경찰은 길 씨의 검거 사실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범행 발생 이후 전담팀을 꾸리고 모든 인력을 동원해 길 씨의 행방을 쫓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개수배 이후에도 길 씨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특진’이라는 포상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길 씨가 충남 논산경찰에게 잡히면서 결국 ‘특진’의 영예는 당시 현장에 출동한 B 경사에게 돌아갔다.

경찰 관계자는 “아쉬운 면도 있지만 공개수사와 수배를 통한 범죄 예방이 우선이었고 계획대로 진행됐을 뿐이다”고 말했다.

논산=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논산=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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