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등 기초학문이 위기를 넘어 고사 직전에 처했다.

교육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졸업생 취업률과 신입생 충원율, 산학협력사업 등 몇몇 눈에 보이는 지표만을 갖고 평가, 지원한 결과 각 대학들이 문학, 철학, 사학 등 인문학과들을 축소하거나 통폐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8일 교과부와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들은 최근 인문 및 이과계열 학과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이미 지난해와 올해 교과부가 부실대학 선정에 있어 '취업률'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활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거둔 이들 학과들은 대학 내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한남대와 배재대, 목원대, 대전대 등 지역 대학들은 취업률과 신입생 충원율 등의 지표를 바탕으로 현재 학과 통폐합이나 축소 등의 방침을 정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초학문의 부실은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나 지방, 공기업과 사기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래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각 분야의 학문적 토대가 되는 기초학문이 부실할 경우 응용과학은 물론 우리 사회에 지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시장논리에 따라 민간영역에서 할 수 없는 '기초학문의 육성·지원'은 국가 차원에서 접근돼야 하지만 오히려 전국의 모든 대학을 '취업 학원'으로 만들면서 또 다른 문제점들이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예전에는 문학과 역사, 철학이 그 대학의 학문적 깊이를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됐지만 지금은 모든 대학, 학과가 졸업생을 몇 명 취업시켰는지가 관건이 됐다"며 "인문학이 강한 대학, 미술이 강한 대학, 음악이 강한 대학 등 순수학문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도 "학문은 기초 순수학문과 응용학문이 균형을 이뤄 발전해야 시너지 효과가 있지만 정부의 연구개발비 중 인문학 분야를 보면 전체의 1%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취업률만이 아닌 각 대학들이 추진해 온 특성화 전략에 맞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충남대 교수회 김용완(사학과) 회장은 "정부나 각 지자체들이 현재 인문학에 대해 지원하고 있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기초학문의 육성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대학의 책임으로 떠넘기면 안 된다"면서 "최소한 국립대만큼은 기초·순수학문 분야를 지킬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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