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처음 단행된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서 충북지역 저축은행은 단 한 곳의 퇴출도 없이 살아 남았다. 도내 저축은행 업계는 이번 구조조정 결과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이어진 일련의 저축은행 사태에서 맥없이 쓰러져간 대형저축은행보다 오히려 은행의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로 판단, 예금자들의 동요를 막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 사태에 따른 예금자 동요가 2금융권 전반에 불어 닥치지 않겠냐는 일각의 우려도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당국, 4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일 임시회의를 열어 지난해 9월 적기시정 조치 유예를 해준 상호저축은행 6곳 중 4곳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6개월 간 영업정지를 포함한 경영개선 명령 조치를 부과했다. 이들 4곳은 솔로몬·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으로, 이 중 미래와 한주, 한국 등 3개 저축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미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솔로몬저축은행의 경우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이로써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으로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은 모두 20개로 늘게 됐다.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일단 더 이상의 추가적인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대형저축은행 2~3곳과 자회사 2~3곳, 수도권과 지방 소재 중소형 저축은행 3~4곳 등 최대 7~10곳 정도의 대규모 퇴출 전망이 나오기도 해 앞으로 추가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적잖게나오고 있다.

다만 앞으로는 저축은행 퇴출이 기존의 '일괄 퇴출' 방식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는 앞으로 복수의 저축은행이 한꺼번에 영업정지 당하는 사태는 없다고 하더라도 저축은행간 인수합병(M&A), 자기자본비율(BIS) 점검 등 구조조정 체계에 맡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충북지역 저축은행 퇴출 없어…안전성 입증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된 충북지역 저축은행들의 경우 일련의 저축은행 사태를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불어 닥친 저축은행 구조조정 여파는 업계의 전방 위적인 불신을 야기시키며 전국 저축은행 예금주들의 '뱅크런'현상을 몰고 왔다. 그러나 20여 곳의 크고 작은 저축은행이 퇴출되는 과정을 지켜봐 온 예금자들의 내성(?)도 강해지면서 이전만큼의 예금주 동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충북지역 저축은행들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부터 거세게 불어 닥친 구조조정 바람에도 살아남았다는 믿을만한 금융사라는 점을 적극 내세우며 예금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추가적으로 있을지 모를 하반기 구조조정에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도내 저축은행들의 BIS비율은 대부분 10%대를 넘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명저축은행의 BIS비율(지난해 12월 기준)은 18.51%로 전국 저축은행 가운데 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청주(13.71%)와 한성(13.03%)도 안정적인 경영지표를 보였다. 특히 아주캐피탈의 하나로저축은행 인수로 새롭게 출범한 아주저축은행도 자본증자를 통한 BIS비율이 17.68%로 나타나 안전궤도에 진입했다.

다만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서 겨우 살아남게 된 현대스위스3 저축은행의 경우 지분 30%를 매각하기로 계약을 맺고, 일본계 투자회사로 소프트뱅크의 계열사인 SBI파이낸스로부터 300억 원대의 투자를 받기로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2금융권, 저축은행 구조조정 여파 없을 것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이른바 저축은행의 옥석을 가려내는 '숙청 작업'은 새마을금고, 신협 등 2금융권 전반에 대한 예금자들의 불신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이번 4개 저축은행 영업정지에도 뱅크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타 금융기관을 통한 예금자 동요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무엇보다 최근까지 저축은행 구조조정 사태를 겪어오며 예금자보호법 등 피해보상에 대한 예금자들의 정보공유가 형성된 데다 저축은행의 경영구조와는 상이한 타 금융기관들의 특성을 일반 예금자들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경우 저축은행과 달리 각 지역 내 영업점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자체 감시기구가 있어 수시·정기적인 검사가 실시되다 보니 금융사고 발생에 따른 위험률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 저축은행 사태의 발단이 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도 서민 금융기관을 자청하는 두 업계에서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 특히 은행장에게 막강한 권력이 주어지는 저축은행 조직체계와 달리 금고와 신협의 경우 조합원들을 대표한 임원 회의를 통해 중한 의사결정이 이뤄져 힘이 한 곳에 쏠리는 현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지역 내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충북지역 저축은행들에게 이번 구조조정은 오히려 예금자들에게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저축은행으로 새롭게 비쳐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된 셈"이라며 "지난해와 달리 이번 구조조정 발표 전·후 일선 금융업계 현장의 예금자들의 특별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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