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김 모(50·여) 씨는 지난해 7월 대전시 동구 판암동 한 횡단보도에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를 설치해달라고 경찰과 시각장애인협회에 요청했다.

얼마 후 김 씨가 요청한 장소에 총 8개의 음향신호기가 설치됐지만 그 중 3개가 몇 달 지나지 않아 고장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김 씨는 “음향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신호를 알지 못해 위험에 처하는 일이 많다”며 “설치된 음향신호기도 고장이 많고 음량도 제각각이어서 잘 들리지 않는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지역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

11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대전지역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는(횡단보도 보행신호등의 변화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보행신호 보조장치) 132개소에 487대다.

그러나 지역 내 신호등이 설치된 930개소 중 14.2%에 음향신호기를 설치하는데 그치고 있어 시각장애인 보행에 도움을 줄 만큼 충분치 못하고 고장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도 많다.

또 지하철역 등에 시각장애인용 음성보조기(건물 등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지한 리모컨을 누를 경우 위치와 방향 등을 안내해 주는 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실제 시각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음성보조기만 설치돼 있을 뿐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리모컨을 시각장애인들에게 배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대전지부 관계자는 “지역 내 거주하는 시각장애인은 2007년 9월 기준 6122명이고 이 중 음향신호기와 음성보조기 등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혼자서 보행을 할 수 없는 1·2급 시각장애인은 1100여 명”이며 “대당 2만 원짜리 리모컨 1100여 대를 시각장애인들에게 배포하지 않아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곳곳에 설치한 음성보조기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한정된 예산 때문에 음향신호기 설치가 충분치 못하지만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예정이고 음향신호기 고장신고가 접수되면 바로 현장확인 후 수리를 하고 있다”며 “곧 리모컨 115대를 시각장애인협회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수봉 기자 da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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