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모 경찰서 경제팀의 수사관은 최근 외상값 1만 원을 갚지 않는다며 접수된 고소장을 보고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수사관은 “외상값 1만 원을 대신 갚아주고 싶은 심정”이라며 “무분별한 고소장 접수는 심각한 수사력 낭비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소·고발이 남발하면서 수사력 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서민경제가 어려워지고 개인 간 분쟁이 형사사건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개인 간 분쟁 등을 형사고소에 이용하는 것을 두고 ‘민팔사건’이라고 부른다. 고소·고발 사건의 팔할(80%)은 당사자끼리 조정해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대전지방경찰청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접수된 고소와 고발, 진정(탄원 포함) 사건은 무려 6만 401건에 달한다. 한 달 4026건, 하루 132건에 달하는 고소와 고발, 진정이 경찰에 접수되는 셈이다. “툭하면 법대로 하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접수되는 고소와 고발, 진정사건의 대부분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거나 재산분쟁 등 개인 간에 해결해야 할 일부터 심지어 채권추심에 활용하는 신용카드사의 고소는 물론, 일부 법무법인의 경우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청소년을 고소하는 등 그 유형 또한 천태만상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무분별한 고소·고발의 남발은 실제 심각한 경찰의 수사력 낭비를 불러오고 있다.

충북대 박강우 교수(법학전문대학원)의 ‘경찰 단계에서의 고소·고발제도 처리절차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사건의 실제 기소율은 20%로 일반 형사사건의 기소율 44~5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마디로 수사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도 ‘묻지 마 고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현장에서 실제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는 경찰관들도 고소·고발 남발에 대한 수사력 낭비를 지적하고 있다.

대전의 한 경찰서 경제팀 수사관은 “중요한 사건도 있지만, 고소·고발이 남발하고 이들 사건의 반려나 취하 전 사건 개요 파악, 당사자의 의견 개진 등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정작 중요사건 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고소·고발이 남발되면서 수사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국민의 입장을 들어보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만큼 5월경 토론회, 공청회 등을 통해 학계, 시민단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장기적으로 법을 개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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