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대전시티즌-수원삼성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성공시킨 시티즌 케빈이 동료선수들과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장수영 기자 furnhanul@cctoday.co.kr  
 

그야말로 ‘대반전’이었다. ‘꼴찌’ 대전시티즌이 ‘선두’ 수원블루윙즈를 무너뜨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단 한 번의 ‘파란’은 유상철 감독의 경질설을 일순간에 잠재웠고, 1승 9패의 초라한 성적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했다.

◆ 대전의 저력, 희망의 빛을 봤다

“축구공은 둥글었다.”

대전은 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2 K리그’ 11라운드 수원과의 벼랑 끝 일전에서 2-1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대전은 리그 15위 인천유나이티드와의 승점차를 단 1점으로 줄이면서 최하위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승리는 그동안 대전에게 쏟아졌던 비난을 잠재우기 충분했다.

유 감독의 지도력 논란, ‘간판 공격수’ 케빈에 대한 비난, ‘동네북으로 전락했다’는 대전에 대한 평가 등을 강조했던 지역 축구계 관계자와 축구 팬들을 ‘머쓱’ 하게 만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유 감독은 ‘반격’을 전술의 중심에 내세웠다. 전술은 적중했다.

전반 22분 반격에 이은 김형범의 오른발 크로스를 케빈이 헤딩으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뽑아낸 것. 케빈의 존재 의미를 확실하게 알리는 순간이었다. 특히 떠오르는 ‘다크호스’ 김형범의 폭넓은 시야와 케빈을 활용한 유 감독의 지략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10여 분 뒤 정경호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주며, 곧바로 수원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긴 했어도 대전은 흔들리지 않았다. 정경호가 이 반칙으로 퇴장당하며 수적열세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한덕희를 투입, 중원 수비를 강화했고 레오와 박민근을 투입하며 상대 골문을 노렸다. 급기야 경기 종료 직전 K리그 데뷔 이후 첫 득점에 성공한 케빈이 역습기회를 살려 멀티골까지 작렬, ‘반전드라마’의 끝을 맺었다.

◆ 단지 급한 불을 껐을 뿐, 분위기 유지 중요

“급한 불을 껐을 뿐, 갈 길이 멀다.”

유 감독은 경기 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정적인 평가는 침체되고 기운을 빠지게 만든다. 감독 경질설이 이 시기에 나오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법.

성적 부진은 감독 ‘경질’을 의미하고 성적 향상은 ‘신뢰’를 의미한다.

실제 지난 시즌 서울FC 감독 시절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리그 14위라는 성적 부진으로 7라운드 경기 패배 이후, 자진사퇴를 택했다.

또 최순호 FC서울 미래기획단장 역시 지난 시즌 초반 ‘감독이 교체된 후 연패를 탈출하거나 성적이 오른 경우가 많다”는 말을 남기며 강원FC 감독직을 내려놨다.

연패가 이어지고 최하위 성적을 오랜 기간 유지한다면 경질설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유 감독이 이번 승리로 긴장의 고삐를 더욱 바짝 당겼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유 감독이 이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라면서 “설은 설일 뿐, 경질설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도 프로 감독으로서 옳지 않은 대처다. 지역팬들의 신뢰가 더욱 두터워 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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