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 내 일부 출연연구소의 도덕성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책사업 수주나 사업성 평가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거나 연구용역 서류를 조작, 용역비를 빼돌린 출연연 간부를 포함, 연구원과 업자 등 4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사업성 평가 권한을 악용해서 업체들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돈을 받거나 사업성 평가를 빌미로 돈을 챙긴 수법을 보면, 별로 새로울 건 없다.

지난주에는 출연연의 사업 예산 배정권을 갖고 있는 지식경제부 소속 공무원과 관련자 등 4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현금을 상납 받거나 노골적으로 술자리를 요구하고 유흥주점의 외상값까지 출연연에 대납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출연연은 비자금 마련을 위해 국가 보조금을 빼내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서로 얽히고설켜 '검은 돈 잔치'를 벌이는 구조적인 부패사슬이 가관이다. 복마전이 따로 없다.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는 연구 비리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방위사업 분야에서 뇌물 잔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지난 1월 국산전차 부품가격을 부풀려 차액을 챙기는 수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정비업체가 KF-16 전투기 주요 부품을 수입한 것처럼 꾸민 수법과 유사하다. 한 푼이라도 국고를 더 빼내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국민혈세로 조성된 국고를 '눈먼 돈'으로 치부하는 뒤틀린 풍토가 문제다.

국책사업의 기획으로부터 선정에 이르는 일련의 평가·배정과정은 물론 사후 평가·검증에 이르기까지 엄정한 관리시스템을 각 단계별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제도상으로는 절차가 완벽하게 마련돼 있더라도 이를 운용하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허점이 있을 경우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가 없다. 오늘날 국책사업을 둘러싼 갖가지 비리 유형이 불식되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유독 비리에 취약한 조직의 내·외부 환경부터 사례별로 점검해볼 일이다. 산-학-연-관의 네트워크 상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끼리끼리 칸막이 구조’ 관행을 과감하게 청산하려는 노력 또한 절실하다. 보다 확고한 검증시스템 못지않게 중요한 건 직업 윤리의식을 들 수 있다. 과학기술사회의 경우 어느 분야보다도 고도의 윤리성을 요구받고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