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양대병원 김용덕 교수가 수전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건양대병원 제공  
 
손을 떠는 증상, 즉 '수전증(手顫症)'은 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주며 간혹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회식자리 등에서 잔을 받다 손을 떨면 '혹시 알코올 중독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받기도 하며, 약물복용 등의 오해로 첫 인상을 매우 안 좋게 남길 수도 있다. 이러한 손 떨림 증세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일상생활에 불편을 준다. 여럿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유심히 살펴보면 손을 떠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경우 면접이나 중요한 자리에서 낭패를 보기 쉽다. 이에 따라 이 증상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건양대병원 신경과 김용덕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알아보기로 한다.


◆손 떨림(수전증)

손가락이나 손이 떨릴 때 흔히 수전증이라고 한다. 수전증이란 질환 자체의 이름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에 의한 손이 떨리는 증상을 총칭해 일컫는 말이다. 신체부위가 떨리는 진전증(震顫症)은 손뿐만 아니라 머리, 목소리, 다리, 턱 등 몸의 여러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유독 수전증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손이 신체부위 중 가장 많은 기능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손을 떨지는 않으나 머리가 떨거나 목소리가 떨리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에 진전증이라는 말을 쓴다. 수전증은 일반적으로 '풍기'라는 오해를 사는 전형적인 증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풍기'라는 명칭은 매우 광범위한 증상과 질환을 뜻하는 단어로 수전증만을 의미하기에는 부적절하다. 혈액순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뇌혈관 장애로 인한 질환으로 종종 오인되는 경우가 있으나 뇌혈관 질환으로 처음 나타나는 증상으로 손이 떨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뇌혈관 질환의 특징은 갑자기 발병하고, 한쪽에만 증상이 나타나며 일정기간의 급성기가 지나면 대체적으로 회복된다는 점인데 수전증은 양측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비교적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서히 발병하며 시간이 지나도 큰 변화가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다만 뇌혈관질환에 의해 손의 힘이 약해진 경우 물건을 들 때 지탱하지 못하여 일시적으로 떠는 모습을 보일 수는 있다.

◆증상의 구분 및 대표적인 질환별 특성

진전증은 주로 어떤 상황에서 생기느냐에 따라 '안정시 떨림'과 '활동 시 떨림'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활동 시 떨림으로 주로 나타나는 병으로는 본태성 진전이 있으며, 안정시 떨림이 특징적인 질환으로는 파킨슨병이 있다.

생리적으로 인체의 근육들은 눈으로 관찰할 수 없는 미세한 반복 운동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외부 요인에 의해 이 반복 운동이 과장되어져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움직임으로 나타날 때 이것이 떨림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떨림은 특별한 신경계 질환이 없이도 나타날 수 있으며, 커피나 홍차를 많이 마신 경우와 과도한 불안증으로도 이러한 떨림을 경험할 수 있다.

▶본태성 진전

본태성 진전은 손 떨림 증상의 가장 대표적인 병이다. 그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가족력이 있는 본태성 진전증은 일종의 유전적 병으로 우성 유전으로 유전되는 경우가 있어 자세히 살펴보면 직계가족 중에 진전증이 있는 경우가 있다.

환자들은 수저를 집거나 국물 있는 음식을 먹을 때 혹은 글씨를 쓸 때 손이 떨린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호전되거나 악화를 반복하기도 하는데 주로 긴장하거나 화를 낼 때 또는 흥분된 상태에서는 일시적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본태성 진전의 치료는 개인마다 달라 정도가 아주 경미하여 일상생활이나 직업에 지장이 없다면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환자자신이 일상생활 혹은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경우 약물복용이 증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

▶파킨슨병

수전증 중 안정기 떨림이 나타나는 흔한 질환으로는 대표적으로 파킨슨병이 있다. 이 경우에는 본태성 진전과는 달리 움직이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나 보행 시에 손 떨림이 심해지는 것으로, 주로 손을 사용하지 않고 누워 있거나 걸을 때 진전이 나타나며 수저를 집거나 하는 동작을 취하면 떠는 증상이 소실되거나 진폭이 감소된다.

발병연령 역시 대부분 60대 이후로 병이 진행함에 따라 걸음의 보폭이 좁아져 종종 걸음을 걷게 되고 운동동작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질병이 진행한 경우에는 본태성 진전과는 비교적 쉽게 감별된다. 파킨슨병은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하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지만 시간이 경과할수록 악화되는 퇴행성 질환으로 전문가에게 조기에 진단을 받으면 병의 진행과정을 느리게 할 수 있다.

또 진행된 증상도 약물로 조절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약물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병이다.

▶기타

이외로는 생리적인 진전, 약물 복용, 중금속 오염, 말초신경병, 소뇌의 병변, 뇌간의 병변과 같은 중추성 원인 등의 드문 질환에서 손 떨림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일반인들이 그 원인을 찾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신경과전문의의 세밀한 병력청취와 신경학적 진찰과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여 진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인이나 친지가 수전증을 보였다고 해도 정확한 진단 전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개의 경우 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경우이며,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비교적 약물반응이 좋다.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도 수전증을 방지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풀어버리고, 불안한 마음을 가다듬는다든가, 커피, 홍차를 너무 마시지 않는다든가, 피로를 풀어 버리는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만일 신경계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전문의를 통한 정확한 진단 하에 적절한 치료를 시행한다면 수전증의 큰 불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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