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경찰이 대대적인 불법 사채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피해자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난감해하고 있다. 김용언 기자 whenikss@cctoday.co.kr  
 
“혹시 사금융 때문에 피해보신 적 있나요?”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경찰이 대대적인 불법 사채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피해자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난감해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충북 청주 육거리시장. 지역 경찰관들이 시장 상인들에게 전단지를 돌리며 불법 사금융 피해사례를 찾고 있었다. 육거리시장은 유동인구가 많은데다 영세상인들이 많은 탓에 사금융 피해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하지만 전단지를 받은 상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내가 사채나 쓸 사람으로 보이냐”는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또 일부 시장 상인들의 경우 “급전이 필요한데 복잡한 과정 없이 돈을 빌려주는데 오히려 고마운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또 “대부업자들마저 사라지면 우리들은 어디에서 돈을 빌리냐”고 토로해 오히려 단속에 나선 경찰들을 머쓱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이날 경찰에 접수된 피해사례는 단 2건으로 당초 다수의 신고를 받을 것이라던 경찰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경찰이 운영하는 이동상담센터 차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청주시 각 통장들을 찾아가 전단지를 나눠주는 등 발품을 팔아보기도 하지만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어느 곳에도 없다. 이날 전단지를 나눠주던 경찰관계자는 “실제로는 피해자가 많지만 자신의 치부라고 생각해 드러내길 꺼리는 것 같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불법 사금융의 경우 피해자의 신고가 절대적인데 여의치 않으니 발로 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청주 한 경찰서는 최근 차량을 담보로 고리의 이자를 상습 갈취한 대부업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피해자들을 예상했던 경찰이지만 직접적인 피해 사례 등이 아닌 유·무선을 통한 익명의 제보만 잇따라 수사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 노출을 꺼리는 탓에 신고에 소극적인 피해자들과 달리 일부에는 불법 사금융 신고에 열성(?)적인 피해자들이 나타나는 기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들 대부분은 다방 여종업원 등 불법 사금융의 한 줄기라 할 수 있는 조직폭력배들로부터 일수 돈을 빌리는 경우다.

신변 위협, 협박 등 대표적인 불법 추심이 이뤄지는 탓에 이들은 채무를 변제하거나 신변 위협을 피하기 위해 경찰 신고를 선택한다는 것이 경찰의 전언이다. 한 경찰관계자는 “다방 여종업원들의 경우, 일수돈을 빌려 일수돈을 갚는 악순환의 고리에 허덕이는 사례가 많다”며 “이는 급여에서 지각비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떼 내 가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불법 사금융’ 하면 흔히 사채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 유형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에는 자동차를 담보로 잡고 이리저리 핑계를 대 이자를 늘린 뒤 결국 돈도 차도 빼앗아 버리는 업자들이 있는가 하면, 피해자의 가게나 집을 찾아와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경우도 있다.

경찰은 애써 감추려 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이 불법 사금융 피해를 뿌리뽑는 유일한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충북경찰은 신고접수 등 수사초기 단계부터 신고자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가해자·피해자를 분리조사하고 신고자가 희망하거나 보복범죄 우려 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인 신변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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