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름 값 고공 행진을 비웃듯 전국 땅 속에 묻혀있는 송유관을 찾아 수억 원 상당의 기름을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각자 역할을 나눈 조직의 형태로 전문 장비를 이용해 송유관을 뚫고, 연결호스를 통해 같은 장소에서 수차례 기름을 빼돌리는 등 대범한 모습을 보였다.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일 전국 고속도로 인근 송유관을 뚫고 수십만 리터의 기름을 빼돌린 혐의(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로 A 씨 등 6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B(40) 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 3월 5일 오전 1시경 충남 논산시 연무읍 호남고속도로 인근에 묻힌 송유관을 뚫고 고압 호스로 연결, 유조차량에 3만 3000ℓ(시가 6600만 원)의 휘발유를 빼돌리는 등 지난 1월부터 같은 수법으로 전북 전주와 경북 경주 등 3곳에서 모두 8회에 걸쳐 14만 8000ℓ(시가 2억 8000만 원 상당)의 기름을 훔친 혐의다. 또 훔친 기름을 부산에 있는 자신들의 저유소에 저장해 놓고, 일반 주유소를 상대로 시중 가격보다 20%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최첨단 장비인 누수탐지기를 이용해 송유관을 찾아낸 뒤 천공기와 고압 호스, 노루 발 못 뽑이(빠루), 굴착공구 등 도구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훔친 기름을 판매하고 자금을 관리하는 총책과 송유관에 구멍을 뚫는 천공기술자, 땅을 파내는 굴착반, 이들을 지휘하는 관리책, 유조차량을 운행하는 운송책과 운반책 등 각자 역할을 분담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특히 고속도로 갓길에 세워둔 유조차량이 순찰대나 도로공사 직원들의 의심을 받지 않도록 다른 일행은 후방 휴게소에서 대기하면서 이들의 이동 경로를 수시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단속을 따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 중 일부가 과거 비슷한 수법으로 기름을 훔친 사실을 확인하는 한편, 또 다른 장소에 송유관 연결호스 등이 설치돼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여죄를 수사 중이다.

하지만 모든 송유관을 담당하는 대한송유관공사가 이들의 범죄 행위를 알지 못했거나, 인지한다 해도 정확한 장소를 찾아내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밝혀져 송유관 관리 시스템의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안태정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대한송유관공사가 압력 차이를 감지한다 해도 일부 구간만 파악이 가능하다 보니 단속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국가의 산업기반시설이자 중추적 에너지원인 송유관로를 뚫고 기름을 훔치는 범행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