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영리병원을 허용키로 하면서 의료계를 비롯 시민·사회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자본으로 탄생한 초대형 영리병원이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에 확산될 경우 규모가 영세한 지역 의료계는 초토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 설립을 허가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했다고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6월부터 인천 송도, 충남 당진 등 국내 6개 경제자유구역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영리의료법인(외국자본 50% 이상)을 신설할 수 있게 됐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 내에 설립하는 의료영리법인은 해외병원과 운영협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의료기관의 장과 병원운영과 관련된 의사결정기구의 과반수 이상을 해외병원 소속의 의사로 하도록 규정했다.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만 진료할 수 있는 영리의료법인 허용 법안은 지난 2002년 제정된 뒤 수차례 손질과 폐기를 번갈아 해오다 이번에 마침내 입법예고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월 말 시행이 될 예정"이라며 "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의료 이용 환경 개선을 위한 차원으로 설립 주체를 상법상 법인으로 규정한 것은 병원 설립 때 자본 조달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시행규칙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으로 한정돼 있지만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있어 향후 논란은 확산될 조짐이다.

대전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이모 씨는 "결국 금융에 이어 의료계에도 '검은머리 외국인(외국계 투자를 가장한 국내 대기업 자본)'이 국내에 진출해 지역 의료계를 초토화시킬 것"이라며 "현재도 수도권 대형병원에 대한 환자 집중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영리병원의 출범은 병·의원은 물론 국가 공보험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의료양극화가 심화돼 서민들은 점차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빠지게 될 수 있다"며 "외국인 환자만으로는 수익을 맞출 수 없을 경우 내국인 환자를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리병원으로,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설립주체를 상법상 법인으로 한 것은 설립시 자본조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과는 그 취지와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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