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그냥 술 사고 담배 사고 어른들이 하는 거 하려고…, 이거(성인 주민등록증) 가지고 명의를 도용한다거나 나쁜 곳에 쓰는 건 아니에요.”

29일 늦은 저녁 취재진과 만난 대전 모 고교 A(18) 군과 B(18) 군은 자신들이 구매한 주민등록증에 대해 입을 열었다. <30일 자 1면 보도>

이들이 지갑에서 꺼내 보여준 주민등록증은 각 1992년생(20살)과 1991년생(21살)으로 이른바 성인 ‘인증’을 위한 통과의례를 가리키고 있다. 이들이 산 주민등록증 사진과 실제 이들의 얼굴을 자세히 비교해보니 동일인물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안경을 쓴 A 군이 꺼낸 주민등록증 사진에는 안경을 쓴 남성의 사진이, B 군의 것에는 머리스타일이 비슷한 또 다른 남성이 있다.

이들에게 주민등록증에 대한 사진촬영을 요구했지만, 이를 한사코 거부했다. 학교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될 경우와 친구들 사이에서도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들은 일부러 인상착의가 비슷한 주민등록증을 주로 구매한다고 했다. 얼굴이나 생김새 등이 비슷하지 않으면 술을 사거나 담배를 살 때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이들은 구매한 주민등록증의 주민번호를 외운다고도 했다.

술이나 담배를 사거나 술집에 출입했을 때 “얼굴이 틀린 것 같다”며 의심을 받았을 경우 미리 외워 둔 주민번호를 말하면 업주의 의심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 주민등록증을 어디서 구했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주민등록증을 파는 친구가 따로 있다고 했다.

“브로커라고 표현해도 되겠느냐”는 질문에는 이를 극구 부인했지만, 주민등록증을 전문적으로 모아 3만~5만 원에 파는 친구들이 학교에 1~2명 씩은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등록증을 전문적으로 파는 친구의 대부분은 가족 중에 연령 대가 비슷한 자신의 형이나 누나, 또는 사촌의 것을 몰래 훔쳐 파는 경우와 또 다른 학생을 통해 사들인 뒤 다시 되팔기도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학생들이 주민등록증을 사고파는 주된 이유는 술과 담배를 사거나 술집 등을 자유롭게 출입하기 위해서다.

실제 이날 이들이 소지한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술과 담배 구매를 시도했고 동네의 작은 구멍가게 등에서는 아무런 의심 없이 이들에게 담배와 술을 판매했다. 일부 규모가 있는 편의점에서 이들에게 주민등록증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이들이 꺼낸 주민등록증의 출생연도만 확인한 뒤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대학가 술집에서도 주민등록증을 확인한 뒤 친구끼리 술을 마시러 온 대학생 정도로 생각할 뿐이었다.A 군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고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커져 그런 것 같다”며 “청소년이 성인의 주민등록증을 사고팔고 담배와 술을 사고 술집을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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